잃어버린 주민증때문에 2년간 ‘억울한 전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경찰, 수배자 잡고보니 엉뚱男… 동명이인이 10년 넘게 악용

50대 농부가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을 악용한 동명이인(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 때문에 1년간 전과자가 되고 억울하게 체포까지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선원 김모 씨(55)는 2012년 7월 30일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후배 선원을 때려 눈썹 주변에 작은 상처를 냈다. 후배 선원은 목포해경 경비정에 이를 신고했다. 김 씨는 배 위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밝혔다. 해경은 당시 간단한 신원 조회만 한 뒤 상해혐의로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지난해 2월 김 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부과했으나 김 씨는 벌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검찰은 지난해 12월 벌금 미납으로 수배된 김 씨를 전남의 한 농촌마을에서 체포했다. 하지만 그는 조사 과정에서 “나는 그 선원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해경 진술조서에 찍힌 지장과 체포자의 지문을 대조해보니 서로 달랐다. 체포된 이는 김 씨가 아닌 농부 A 씨(57)였다. 둘은 성과 이름은 물론 고향까지 같았지만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김 씨가 A 씨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도용한 거였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는 2003년에도 A 씨의 신원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고 2008년에는 A 씨의 신원정보로 근로계약서 작성, 인터넷 사이트 회원 가입, 휴대전화 개설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검찰에서 “오래전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렸는데 김 씨가 이를 주워 악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에 A 씨의 전과기록을 지워 달라고 청구해 최근 이를 정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민등록증 분실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얼마나 큰 폐해를 불러오는지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무고한 이를 전과자로 만든 혐의로 선원 김 씨를 6일 구속기소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주민등록증 분실#주민등록번호 도용#전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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