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손 느려 잡힌 老소매치기 “차라리 교도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출소 16년째 생활고 시달린 70대… 다시 지갑 손대다 버스승객에 잡혀

7일 오후 4시경 광주 북구 신안동 한 버스정류장. 승객들이 한 시내버스를 타고 내리는 틈을 타 김모 씨(75)가 승객 신모 씨(66·여)의 가방 속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이 모습은 다른 승객 정모 씨(68)의 눈에 띄었고 김 씨는 곧바로 붙잡혀 인근 지구대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의 소매치기 전력은 화려했다. 그는 소매치기범으로 6번이나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1999년 출소할 때까지 13년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김 씨는 출소한 뒤 전단 부착, 청소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지만 이미 노인이 된 그가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초 다시 소매치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고령의 김 씨는 예전의 날렵한 손놀림을 할 수 없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1일 시내버스에서 7차례 소매치기를 해 금품 130만 원을 훔친 혐의로 김 씨를 구속했다. 김 씨는 “먹고살 길이 막막해 다시 소매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교도소에서 살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매치기#교도소#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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