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0만 건의 개인정보가 또 털렸다. 연이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11일 통신업체 3곳과 금융기관 11곳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로써 올해 들어 유출이 확인된 개인정보만 벌써 1억4983만 건에 이른다. 통신업계와 금융권에서 불법 개인정보를 활용한 텔레마케팅이 지속되는 한 개인정보 유출은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000만 건 이상 개인정보 유출 올해 4번째
부산 남부경찰서는 11일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 1230만여 건을 유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문모 씨(44)를 구속하고 권모 씨(31)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에서 250만 건, KT에서 7만6000여 건, 초고속인터넷업체 SK브로드밴드에서 150만여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 11곳에서 101만 건, 여행사와 인터넷 쇼핑몰, 불법 도박 사이트 등에서도 706만여 건이 유출됐다. 금융기관 가운데는 올해 초 고객정보를 대량으로 유출해 물의를 일으켰던 국민은행, 롯데카드, NH농협도 포함됐다. 이들은 컴퓨터 파일 형태로 이 개인정보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문 씨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A 씨와 국내 다른 유통업자 B 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개인정보를 입수했다. 개인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주소, 계좌번호 등이 모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는 입수한 개인정보를 나이, 성별, 거주지, 직업 등으로 재가공하거나 편집해 권 씨 등에게 1100만 원을 받고 넘겼다. 넘어간 개인정보는 대출 및 보험 권유, 물품 판매, 업체 홍보 등에 활용됐다.
올해 발생한 1000만 건 이상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이번이 벌써 4번째다. 잇따른 불법유출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현재 드러난 것 외에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통신업계의 과열된 보조금 경쟁이 원인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업계의 개인정보가 해커의 목표가 된 것은 휴대전화 1대당 최대 1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정도로 이동통신 시장이 과열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개 회선을 경쟁사로 이동시키면 판매인들은 20만 원에서 4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통신사들이 살포한 보조금 덕분에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큰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통신 서비스와 관련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는 금융 정보와 함께 가입일과 요금제 정보가 담겨 있다. 앞서 KT 홈페이지를 해킹한 이들은 약정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객들에게 전화를 거는 방식의 ‘맞춤형 마케팅’을 벌여 1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통신업계는 전국적으로 10만 명에 이르는 대리점과 판매점 관계자들이 본사의 통제를 벗어나 확보한 고객 DB를 활용해 치열한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의 보조금 전쟁으로 1월 한 달 동안에만 106만 명이 번호이동을 할 정도로 시장이 혼탁해졌고, 이에 따라 통신사가 보유한 개인정보에 대한 암시장의 수요는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혼탁한 보조금 경쟁이 지속되는 한 불법 개인정보를 활용한 텔레마케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KT 피해자들, 집단소송 움직임
KT가 11일 개인정보 유출 고객 조회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일부 피해 고객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2년 KT 고객 8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집단소송을 위해 만들어졌던 온라인 카페에는 새로운 피해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이날 오후까지 ‘KT 집단소송 신청’에 서명한 누리꾼은 1000명이 넘는다.
2012년 KT 개인정보 유출사건 당시 1인당 100원의 수임료를 받고 집단 소송을 주도한 법무법인 평강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해킹 수법이 워낙 단순해 KT가 고객정보 보호를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수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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