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무능한 국정원”… 남재준 경질론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여권 “증거조작, 국민불신 자초”
靑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있어 검찰수사 끝나는대로 인적 쇄신”
朴대통령도 큰 실망… 결단 임박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교체 여부를 포함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의 시간이 임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수습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남 원장의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 발생 초기부터 보여준 오락가락 대응과 ‘꼬리 자르기’식 해명으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지난해 국정원 개혁 과정에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차단하면서도 대공 수사권은 강하게 지키려 했던 박 대통령도 공안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주먹구구식 수사 행태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가장 한심한 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국정원은 사건의 전말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무능하다는 말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관계자는 “통일 시대를 앞두고 한반도가 기로에 서 있는데 북한이 우리 국정원의 수준을 어떻게 볼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증거 조작 여부뿐 아니라 휴민트(HUMINT·인적정보)를 검찰 수사에 내보내 노출시키는 과정, 사건 발생 이후 초기 대응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국정원이 드러낸 총체적인 문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대적 인적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 온 남 원장이 스스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남 원장이 국민 앞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남 원장이 증거 조작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운 만큼 대통령과 남 원장 모두 (거취를) 깊이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남 원장 책임하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의 공세에 밀려 남 원장을 교체할 경우 지방선거와 연계한 정치적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

국정원의 추가 개혁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정원의 자정 능력에 한계가 드러난 이상 자체 개혁안을 제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정부 주도의 강도 높은 개혁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국정원 조직 개편이나 지휘 체계 확립, 구태의연한 수사 관행 개선 방안 등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정권 내부에서는 겨우 복원 단계에 있는 휴민트가 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국정원#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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