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백마 탄 백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외제차 몰며 美금융사 직원 행세
“돈 불려줄게” 여성 5명에 6억 사기

“미국 대형 금융사 뉴욕지사에서 한국으로 파견 왔어요.”

남모 씨(35)는 지난해 9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A 씨(35·여)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키 173cm에 평범한 외모의 남 씨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부모님은 이탈리아에서 사업을 한다”며 여성들의 호감을 샀다. 람보르기니와 포르셰, 벤츠 등 고급 외제차를 돌아가며 타는 그는 누가 봐도 ‘백마 탄 왕자’였다. 남 씨는 인터넷 채팅이나 서울의 클럽에서 사귄 여성 5명에게 “미국 금융사는 고객 예치금이 많을수록 퇴직금을 더 많이 준다. 곧 다른 외국계 투자회사로 이직할 예정인데 내게 돈을 맡기면 불려서 돌려주겠다”며 총 6억6000여만 원을 받아냈다.

여성들은 금융전문가라는 남 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남 씨는 지방 출신의 ‘백수’였다. 외제차 역시 데이트 때마다 지인에게 잠시 빌린 것이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외제차#금융사 직원 행세#금융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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