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식이가 죽어서라도 유명해졌네요. 소식 듣고 많이 우울했는데 많은 관심 받는 걸 보고 쓸쓸하게 가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위안이 됩니다.”
무명 단역 배우 우봉식 씨의 자살 기사(본보 11일자 A12면)가 나간 뒤 우 씨의 지인으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우 씨의 죽음이 알려지고 인터넷에는 추모와 애도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우 씨의 형도 우 씨의 블로그를 통해 “형제들이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는 경제적 여건만 있었다면 동생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가난한 예술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곽지균 감독, 2011년 작가 최고은 씨, 2012년 배우 정아율 씨, 2013년 배우 김수진 씨와 가수 김지훈 씨 등에 이르기까지 예술인들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1년 ‘최고은법’이라고 하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산재 보험료 지원 등 예술인에 대한 복지지원과 교육이 주된 내용으로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시킬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예술인들의 ‘복지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예술인복지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예술 활동 증명’이 필요하다. 2007년 이후 작품 활동이 없던 우봉식 씨처럼 장기간 경력이 단절된 경우 ‘예술 활동 증명’을 받기 위해선 별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국방송연기인협회 박유승 사무총장은 “경력 단절 예술인 심의 시스템이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아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예술인을 위한 긴급복지지원제도가 마련됐지만 아직 시행 초기여서 현장에서 모르는 경우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우 씨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예술인에 한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월 100만 원을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알고 신청했다면 긴급지원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 씨의 경우 불규칙적인 수입으로 인해 한때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도 했지만 지속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비슷한 처지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예술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 주연에 비해 조연, 단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의 통계에 따르면 5000명 넘는 조합원 중 연간 수입이 1000만 원 미만인 사람이 70%에 육박한다. 배우를 하며 생계난을 극복하고자 투잡(two-job)을 뛰는 경우도 많다. 오늘도 톱스타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청춘들이 많다. 지금도 어디선가 방황하고 있을지 모를 ‘제2의 우봉식’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은 이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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