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15차례 짓밟아 고관절 부러뜨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도봉구 복지법인 ‘서울판 도가니’… 유류비 유용 한겨울에도 추위 덜덜
부식비 등 보조금 모두 16억 빼돌려… 인권위, 이사장 가족 등 5명 檢고발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A사회복지법인의 생활재활교사 최모 씨(57)는 2011년 12월 침대에 누워 있던 30대 1급 지적장애인 B 씨의 오른쪽 고관절을 15차례 정도 밟아 부러뜨렸다. B 씨는 고관절 골절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최 씨는 B 씨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는 점을 악용했다. 최 씨의 거짓 증언으로 B 씨의 진료기록부에는 ‘옆 친구에게 발길질을 하다 넘어져 고관절 골절로 병원에 입원’이라고 기록됐다. 또 이 사회복지법인에는 관할 도봉구에서 연말 월동대책 등을 위해 2010∼2012년 추가로 국가 보조금 1298만 원이 지급됐지만 이 중 40만 원만 유류비로 사용했다. 재단에서 보조금을 유용한 거였다. 이 때문에 이 복지법인에 입소해 있던 지적장애인들은 한겨울에도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설립한 지 40년이 넘은 지적장애인 시설에서 교사들이 입소한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시설을 설립한 일가족은 국가 보조금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A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장애인 폭행과 학대, 국가 보조금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를 적발하고 현 이사장 구모 씨(37)를 비롯한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도봉구 관할인 A사회복지법인은 장애인 거주시설 2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및 특수학교 등 총 5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재단은 설립된 이후 이사장과 행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설립자의 가족과 친척들이 맡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5명 가운데 3명이 재단 일가족이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시설의 교사뿐 아니라 이사장의 이모이자 장애인 거주시설의 전 부원장인 이모 씨(58)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장애인 9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사장과 일가족들은 각종 국가 보조금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재단은 2013년 10월 기준으로 한 해에만 국가보조금으로 75억여 원, 후원금으로만 8700만 원을 받았다. 하나금융그룹 등이 이 재단에 후원금을 전달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장애인들이 숙박업소 등의 이불 및 수건 등을 세탁하며 최소 월 5만 원에서 97만 원의 돈을 받았다. 그러나 재단 관계자들은 이들의 인지능력이 부족한 점을 악용해 임금 2억여 원을 빼돌렸다. 또 장애인시설의 물리치료실, 세탁물 건조실 등을 15년 넘게 사택 및 차고로 이용했고 도봉구에서 지원하는 시설 운영비를 사택의 부식비와 김장비 난방비로 유용했다. 인권위가 확인한 이 재단의 보조금 유용액은 총 16억8300만 원에 이른다.

인권위 관계자는 “1차 지도 및 감독기관이 구청이고 그 다음이 서울시인데 지도 감독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장애인#고관절#도가니#도봉구 복지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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