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학교 길병원 교수들 ‘찾아가는 건강강좌’ 진행
쉽고 재밌는 내용에 입소문 퍼져 작년엔 100여회 1만명 참여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 3일 인천 중구 답동성당에서 노인대학 강사를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길병원은 각종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 등을 쉽게 강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길병원 제공
“고기와 같은 기름진 음식은 좀처럼 먹지 않는데도 배가 자꾸 나와서 고민입니다.”(수강생)
“단순히 육류를 많이 섭취해서 배가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걷기와 같은 운동을 해야 복부 비만을 줄일 수 있습니다.”(의사)
3일 오후 1시경 인천 중구 답동성당. 인천지역 성당마다 개설된 노인대학에서 노래나 미술, 서예 등을 가르치는 교사 200여 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나이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은 이날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38)가 ‘노인의 건강 증진과 질병 관리법’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찬찬히 듣고 있었다.
특히 중년층이나 노인들이 흔히 앓는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관리법에 대한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 강의를 들은 현미성 씨(46·여)는 “강의 내용을 잘 기억해뒀다가 어르신들에게 수업시간에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이 시민들에게 의료지식을 알려주기 위해 펼치고 있는 ‘찾아가는 건강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길병원 소속 교수들이 직접 설명하는 이 강좌에는 지난해 1만여 명이 넘는 시민이 찾았다.
길병원은 잘못된 의료정보를 갖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판단에 따라 강좌를 시작했다. 20, 30대 환자는 인터넷에서 정확하지 않은 의료정보를 보고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노인들은 주변의 경험을 듣고 질병을 스스로 진단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일이 빈번했다.
2012년 처음 건강강좌를 시작한 때는 교수들이 강의 주제를 결정해 병원 강당에서 강좌를 진행했지만 이후 시민들이 신청하면 어느 곳이든 찾아가 건강강좌를 진행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2012년 건강강좌가 50여 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0여 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벌써 150여 건에 이르는 신청이 접수돼 있다. 초기에는 주로 보건소나 경로당 등 공공기관에서 진행됐으나 올해는 아파트주민자치회나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에서도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자녀를 키우는 주부들은 주로 소아청소년과(소아 성장, 발달)나 가정의학과(갱년기 건강관리), 산부인과 질환에 관한 강의 신청이 많다. 노인 대상 강의는 심장내과(심근경색)나 신경외과(척추질환, 뇌중풍), 정형외과(관절염), 내분비대사내과(당뇨) 의료진이 주로 강사로 나선다.
의료진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강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한 교수는 강의 중간에 무료함을 달래고,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수강생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체조나 운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보통 대학병원에서 한 번 진료를 받을 때 5분도 걸리지 않아 질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의료진의 고압적인 말투에 익숙했던 시민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우경 길병원 홍보실장(52)은 “올해 건강강좌에는 물리치료사와 영양사 등을 의료진과 동행시켜 수강생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라며 “수강생이 있는 모임이나 단체는 강좌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032-460-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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