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新 명인열전]“겨울왕국 극지, 생각만 해도 바운스… 성공한 者가 떠난다? 떠나는 者가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3일 03시 00분


기업인-발명가로, 극지 전문 여행가로… ‘세 개의 삶’ 김완수씨

농기계 업체를 운영하며 남극을 2번, 북극을 9번 다녀온 ‘극지 전문 여행가’ 김완수 씨가 남극에서 직접 촬영한 물개와 펭귄의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14일에도 남극 킹조지 섬으로 떠나는 등 내년 초까지 남극을 세 차례 더 방문할 계획이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농기계 업체를 운영하며 남극을 2번, 북극을 9번 다녀온 ‘극지 전문 여행가’ 김완수 씨가 남극에서 직접 촬영한 물개와 펭귄의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14일에도 남극 킹조지 섬으로 떠나는 등 내년 초까지 남극을 세 차례 더 방문할 계획이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올해 환갑인 그의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악은 조용필의 ‘바운스’다.

그는 아직도 새로운 곳에 가면 노래 가사처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스스로 말띠여서 ‘역마살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그는 3개의 명함을 갖고 다닌다. ‘익산농기계 대표’, ‘제주도 세계7대 자연경관 홍보대사’, ‘익산서동축제 명예홍보대사’. 그는 100여 나라를 여행하고 두 권의 여행기를 낸 작가이자 100여 건의 농기계 관련 특허를 가진 발명가이기도 하다.

기업인이자 여행가 발명가인 김완수 씨(60·전북 익산시). 그는 요즘 ‘극지 전문 여행가’로 불리기를 원한다.

○ “사랑은 입술을 떨게 하지만 여행은 가슴을 떨게 한다”

2012년 7월 북극점에 섰다.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쇄빙선을 타고 4일 만에 도착한 곳. 영상 5도. 영하 수십 도의 살을 에는 추위를 예상했던 북극점의 날씨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1월 남미 대륙의 땅끝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20여 일 배를 타고 펭귄과 코끼리해표의 보고 사우스조지아 섬에 다녀왔다. 내친김에 12월에는 칠레에서 스키비행기를 타고 남극점에 도착했다. 남극에서 본 ‘신이 휴가를 얻는다면 여기서 보낼 것이다’라는 표어는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본 수많은 펭귄과 물개의 사체도 충격이었다. ‘그래 이거다.’ 그는 남은 생을 극지에 걸기로 했다. 탐험가나 과학자는 물론 누구나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지구의 마지막 여행지에 갈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지금까지 남극을 두 번, 북극을 아홉 번 다녀왔다. 북극은 북위 66도 30분 이북의 지역을 통칭한다. 내년 초까지 세 번의 남극 여행이 계획돼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김 씨는 공고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전국을 떠돌았다. 돈이 벌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농기계 회사에 취직해 연구개발 부서에서 일했다. 1983년 일본에 처음 가서 선진 전자기술을 보고 돌아와 야간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기회가 되는 대로 해외에 나가야겠다고 맘을 먹게 된 계기였다. 1986년 독일에 기술 연수를 갔을 때 특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1988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서는 대부분 자신이 직접 개발한 비료 퇴비 살포기, 자동분무기, 종자발아기 등 농기계 50여 종을 생산한다.

그는 여행을 통해 ‘세상 흐름의 맥’과 ‘발상의 전환’을 배운다. 농기계를 수출하는 미국 뉴질랜드 칠레 등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비즈니스 상담을 마친 뒤 주변 농촌을 돌아다니며 농기계의 트렌드를 살핀다. 러시아에 갔을 때 트럭에 싣고 온 비료를 크레인으로 옮겨 트랙터로 뿌리는 것을 보고 크레인이 달린 비료살포기를 개발했다. 이를 책으로 남기니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홍보가 돼 회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김 씨는 2권의 여행책을 냈다. ‘3.3.7 세계여행’(2007·가림출판사)과 ‘세계 7대 자연경관 견문록’(2011·가림출판사). 세계 신 7대 불가사의와 세계 3대 폭포, 세계 3대 미항을 여행한 기록과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지 21곳을 돌아본 보고서다.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오지에서 맹장이 터져 사경을 헤맸고 러시아 캄차카에서는 갈색 곰을 코앞에서 만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 비싼 비행기 티켓 값보다 더 큰 이익을 얻다

그는 14일 남극 킹조지 섬으로 떠난다. 올 11월 말에는 황제 펭귄이 많이 모여 있는 남극의 북쪽 웨델을, 내년 1월에는 한 달 동안 남극의 서쪽을 여행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다. 올해 안에 고향 익산에서 남극과 북극을 찍은 사진전을 열고 내년에는 ‘인생 최고 여행’ 책을 시리즈로 펴낼 계획이다. 주요 외국어로도 번역할 생각이다. 김 씨는 그동안 남극과 북극에서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지인들이나 거래처에 나눠 주고 있다. 그의 마지막 꿈은 폴라(극지)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폴라뮤지엄과 폴라기념관을 세우고 국제적인 상도 제정해 극지방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환경운동가에게 줄 생각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마지막 여행은 우주여행. 그가 존경하는 사람은 1960년대 세계여행의 개척자인 고 김찬삼 교수와 곰에게 물려 숨진 일본의 여행가 호시노 미치오다.

“꿈을 크게 꿀수록 인생은 아름다워집니다. 시냇가에서는 피라미를 잡지만 먼 바다에 나가면 큰 고기를 잡을 수 있죠. ‘세계 1등’을 목표로 하는 삶과 ‘국내 1등’을 목표로 노력하는 삶은 크게 다릅니다. 한 번뿐인 인생,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고로 멋지게 살다 가야죠.” 그의 회사 곳곳에는 ‘우리는 반드시 세계 1위가 된다’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최고가 아닌 유일한 것을), ‘다르게 만들자’는 구호가 적혀 있다.

김 씨의 여행 철학은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즐기자는 것. 여행 중에도 돈을 아낀다고 하고 싶은 경험을 못하거나 외관만 구경하고 오는 것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는 게 그의 얘기다.

“성공한 자가 여행하는 게 아니라 여행하는 자가 성공합니다. 여행은 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돈 버는 기술을 배우는 거죠. 세상은 착한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활동적인 사람이 성공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직장을 잡아도 됩니다.” 그가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북 익산#김완수#북극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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