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잇단 자살… ‘가동보 공사 비리’ 파문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공사 뇌물 수주’ 경찰 조사 앞두고 공무원 이어 업체 임원 숨진채 발견
전북경찰청 “전 임실군수 곧 소환”

전북도와 남원시, 임실군 등 자치단체에 뇌물을 주고 하천 가동보(하천의 수위를 조절하는 시설) 공사를 따낸 업체 임원과 관련 공무원이 잇따라 자살해 계약 과정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13일 “임실지역 공사 수주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강모 전 임실군수를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충북의 하천 가동보 설치업체인 A사가 전북도 및 남원시 임실군 등 7개 시군(10건)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공사를 따내고 공무원 및 브로커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을 잡고 지난해 말부터 수사 중이다.

수사 과정에서 핵심 수사 대상자 2명이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전 7시 50분경 충북 청원군의 한 공장 주차장에서 A사 상무 신모 씨(53)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 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보고 1월 17일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이날 신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뇌물을 건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사는 전북에서만 40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했고 1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월 22일 전북 진안군 진안읍 충혼탑에서 전북도 전 치수과장 이모 씨(52)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전북도에서 발주한 9억5000만 원 상당의 임실 후곡천 가동보 공사를 A사가 수주하도록 돕고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남원시가 발주하는 가동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게 해주겠다”며 업자로부터 알선비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은 수주 브로커 2명이 구속됐다.

A사가 보유한 특허는 ‘유압식 수문장치’ ‘위험수위 대응 수문 제어장치’ 등 두 건. 이 업체는 이 자치단체들의 공사를 수주하면서 관련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특허를 설계에 반영하도록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단체는 A사의 특허가 가동보 공사에 필요한 것처럼 조건을 달아 놓았고 A사는 손쉽게 공사를 따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이 업체의 특허가 가동보와 관련된 여러 특허 중 하나이지 독보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수주 과정에서 특허보다는 로비가 더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

10일 자살한 A사 상무 신 씨는 전북지역 영업을 총괄했고 남원과 임실에서 혐의가 입증돼 구속된 공사 수주 브로커 2명과 긴밀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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