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들이 ‘전남 어촌’으로 몰리고 있다. 본격적인 은퇴 시기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농촌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어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0, 30대 젊은층의 귀어(歸漁)가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전남은 특히 날씨가 온화하고 양식과 어업이 발달한 ‘수산 일번지’여서 정착을 위해 어촌을 찾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꼽힌다.
16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어촌으로 온 도시민은 257가구였다. 4년 전인 2009년 47가구에 비해 5.4배나 늘어난 것. 귀어 가구는 2010년 87가구, 2011년 177가구, 2012년 209가구로 꾸준히 늘어왔다. 지난해 50대 이상 귀어 가구는 2012년 95가구에 비해 31%(125가구) 증가했다. 20, 30대도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귀어민은 순전히 도시에서 어촌으로 옮긴 경우이며 농촌에서 어촌으로 이주한 경우는 제외됐다.
시군별로는 완도군이 64가구로 가장 많았고 장흥군 57가구, 해남군 45가구, 여수시 25가구 순이다. 업종별로는 해조류양식 105가구, 패류양식 84가구, 어선어업 33가구 등으로 고소득 업종인 김과 전복 양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귀어 전 직업은 자영업이 67가구, 사무직 61가구, 건설업 29가구, 생산직 24가구 등. 귀어 전 거주지는 경기 88가구, 광주 53가구, 서울 41가구, 인천 18가구 등이었다.
어촌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전남의 수산업 소득이 높기 때문. 실제 지난해 전남도 내 2만1498어가 가운데 1억 원 이상 순소득을 올린 어가는 전체 10.6%인 2275어가에 달했다. 이는 전남 도내 농민(16만7000여 가구) 가운데 연간 소득 1억 원 이상이 2.4%(4065가구)를 차지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업종별로는 패류양식이 750어가(33.4%)로 가장 많고 해조류양식 482어가, 어선어업 369어가, 가공유통 339어가, 해수어류양식 197어가, 내수면양식 106어가, 천일염 13어가 순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수산물 생산량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전남 지역은 오히려 생산이 늘어 ‘전국 제1의 수산도’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말 전남 어업 생산량은 122만 t, 생산액은 1조7886억 원으로 전국 생산량의 47%를 차지했다. 생산량은 전년(112만9000t)보다 8%(9만1000t), 생산액은 전년(1조7285억 원)보다 601억 원이 늘었다.
전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책도 귀어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귀어 창업 및 주택 구입 지원 대상자로 59명을 선정해 93억9000만 원을 지원했다. 귀어민의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위해 마련된 이 사업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도는 창업 지원 자금으로 어가당 최대 2억 원까지, 주택 구입비는 4000만 원까지 연리 3%,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빌려준다. 귀어학교 등을 열어 전문 양식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순만 전남도 해양항만과장은 “고용 불안과 판매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도시 근로자들이 수산업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융자 지원을 확대하고 귀어 지원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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