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양 고로쇠농가, 가짜 파동에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최고가 인정받다가 값 하락…농민 5000명, 손배소 청구 검토
전국적으로 판매부진 현상도

지난달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가짜 고로쇠 물 사건이 발생한 후유증으로 전국의 고로쇠 채취 농민들이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가짜 고로쇠 물을 판매한 산장(음식점) 주인까지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농민들도 자정운동에 나섰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가짜 고로쇠 물을 판매한 혐의(사기)로 A 씨(58) 등 산장 주인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 씨 등은 2011년 2월부터 최근까지 3년간 B 씨(38·구속)에게서 가짜 고로쇠 물 1058∼3450통을 구입한 뒤 손님들에게 팔아 7000만∼1억7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지난달 구속된 B 씨는 값싼 고로쇠 물을 사다 지하수와 사카린을 섞어 백운산 고로쇠 물로 둔갑시켜 광양과 순천지역 산장과 민박집 30곳에 1만5000여 통을 공급했다. 고로쇠 물은 한 통에 2만∼6만 원으로 생산지에 따라 값 차이가 크다. 광양 백운산 고로쇠 물은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6만 원으로 가장 비싸다. B 씨는 통당 3만∼4만 원씩 약 5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셈이다.

경찰은 산장과 민박집 주인 2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산장 주인은 B 씨에게 포장용기를 건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국 고로쇠 물 채취 농민 50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수액협회는 가짜 제조업자 B 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겨울철 농한기 고로쇠 물 채취로 부수입을 올리는 농민들은 올봄 가짜 고로쇠 물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건 직후 통당 가격이 5000원 이상 떨어졌기 때문. 광양지역은 농민 420여 명이 백운산 고로쇠나무 25만 그루 중 10만 그루(15년생 이상)에서 수액을 채취한다. 김태환 광양백운산약수영농조합법인 회장은 “고로쇠 물 채취 농가가 산장 등 음식점에 직접 도매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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