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보다 사람이 더 걷기 좋은 ‘오래된 철길’이 있다. 웬만한 동네 토박이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 서울 구로구의 ‘항동 철길’이 그렇다. 항동 철길은 ‘이런 곳에 철길이 있나’ 싶은 평범한 주택가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사진 마니아 사이에서는 ‘멀리 가지 않고도 풍경 좋은 기찻길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알려졌다.
길이 4.5km의 항동 철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진다. 1959년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원료와 생산물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엔 기차 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화물차가 수시로 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군용 물자를 나르는 열차만 가끔 오갈 뿐이다. 철길 한쪽의 녹슨 ‘멈춤’ 표지판이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풀과 자갈이 덮인 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옛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다. 철길 초입의 빌라촌을 지나면 양쪽 언덕 사이에 긴 철길이 이어지는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매년 봄과 가을에는 철길을 따라 유채꽃과 코스모스가, 여름에는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단다. 혼자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고 싶은 날,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연인과 조용히 산책하고 싶은 날 이 철길을 걸어 보길 추천한다.
항동 철길에서 500m가량을 걷다 보면 ‘푸른 수목원’이 나타난다. 철길 주변에 넓은 논밭이 있던 곳을 수목원으로 만들었는데 규모만 서울광장의 8배라고 한다. 25개의 테마정원을 갖췄고 1700여 종의 다양한 나무와 화초를 구경할 수 있다. 항동 철길과 수목원을 가려면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2번 출구로 나온 뒤 삼천리아파트를 끼고 걷거나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에서 오류고가차도 쪽으로 240m 정도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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