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카루소, 마리아 칼라스, 레나타 테발디, 루치아노 파바로티, 우리나라의 홍혜경과 조수미까지….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이자 오페라 가수들이지요. 아마 성악이나 오페라에 관심 없는 분들도 이들의 이름 혹은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한데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영국 런던의 코번트가든 로열오페라(왕립오페라), 오스트리아 빈의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 프랑스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국립오페라)&바스티유,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까지 소위 말하는 세계 5대 오페라극장의 무대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지요. 저 오페라극장 중에 단 한 곳에만 서도 대단하다고들 하는데 저 5대 오페라극장을 모두 섭렵하였다니 정말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이자 오페라 가수임이 아닐 수 없지요? 자, 그럼 오늘은 세계 5대 오페라극장에 대해 알아볼까요?
○ 밀라노 ‘라스칼라’
성악과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밀라노의 라스칼라는 1778년 8월 개관하였습니다. 당시 유명 작곡가였던 살리에리의 개관 기념공연을 시작으로 그동안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같은 전설적인 오페라 작곡가들의 대표 오페라 작품들의 초연 등 오페라 역사를 놓고 볼 때 밀라노의 라스칼라는 단연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이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이뿐만 아니라 라스칼라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위치한 오페라극장답게 관객들의 수준 또한 매우 높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라스칼라만의 무시무시한 전통 아닌 전통이 하나 존재한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오페라 공연 시 그날 배역을 맡은 성악가의 연기와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라스칼라의 관객들은 바로 야유를 하거나 마지막 커튼콜 때에 무와 배추, 계란 등을 던지며 조롱을 합니다.
또한 카루소, 칼라스, 테발디, 델 모나코 등 오페라 애호가라면 모두가 다 아는 이러한 위대한 오페라 가수들이 모두 이 라스칼라의 무대를 거쳐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라스칼라의 높은 콧대와 엄청난 자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즉, 라스칼라에서 뜨거운 호응과 큰 호평을 받는다면 세계적인 오페라가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확실한 토대와 발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라스칼라는 오늘날 수많은 성악도와 젊은 성악가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한 번 서 보고 싶은 영광스러운 ‘꿈의 오페라극장’으로 불리며 큰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답니다!
○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오페라(왕립오페라)
런던의 지역 이름인 코번트가든에 있다고 하여 코번트가든 로열오페라극장으로 불리는 이 오페라극장은 1732년에 개관했습니다. 이후 1734년 영국 국왕과 왕실에서 오페라 상연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불멸의 오페라 작곡가인 헨델의 오페라를 상연한 것을 계기로 그 뒤부터 수많은 왕실 사람과 귀족들의 관람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영국의 대표적 오페라극장으로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808년에 화재로 갑작스레 건물이 붕괴되는 바람에 1809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로 재개관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 후 1949년에는 빅토리아 양식으로 다시 한 번 리모델링을 하였으며 그 후에도 크고 작은 리모델링을 거듭하며 1990년대 이르러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답니다.
○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
클래식 음악의 수도로 일컬어지는 오스트리아의 빈의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는 1869년 5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독일어 버전 공연으로 개관한 ‘궁정 오페라극장’이 전신이며, 1918년에 이르러 지금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손됐으나 ‘모차르트의 도시’, ‘전 세계 클래식 음악의 수도’ 빈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열망과 성원 및 후원금을 바탕으로 10여 년 동안의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거쳐 옛 모습을 되찾게 되었고, 결국 1955년 가을에 복구되어 재개관하게 되었지요. 이 때문에 건물 외형은 19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내부 시설은 현대식으로 갖춰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말러, 카라얀, 마젤, 아바도 등 여러 거장이 이곳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빈 슈타츠오퍼는 전 세계 수많은 오페라 애호가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늘 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지요. 비단 오페라가 성악가들만의 잔치가 아닌 그들이 부르는 아리아들의 반주를 담당해주는 관현악단과의 ‘앙상블’, ‘하모니’가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었답니다. 게다가 빈 슈타츠오퍼 관현악단은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인 빈 필하모닉의 단원들 대부분이 겸직을 하고 있기에 그들의 연주 수준은 다른 오페라극장의 상주 관현악단과는 비교하기 힘든,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 넘치고 탁월한 연주력을 선보이고 있답니다.
다음 편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모티브가 된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국립오페라) &바스티유와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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