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지역 왜 낮에 가출 SOS 많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9일 03시 00분


[가출청소년 빅데이터 최초 분석]

이른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서는 가출 상담이 낮 시간대에 집중됐다.

지난해 3개월(9∼11월) 동안 낮 시간대(12∼15시) 강남 3구에서의 가출 관련 헬프콜 비율을 합한 수치는 21.8%(강남 9.7%, 송파 7%, 서초 5.1%). 이는 3구의 저녁 시간대(18∼21시) 합산 비율인 14.2%보다 월등히 높다. 낮과 저녁 모두 가출 상담 비율이 높았던 관악구 및 낮엔 3.8%였다 저녁에 8.1%로 2배 이상으로 껑충 뛴 강동구 등과 다른 모습이다.

낮에 강남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가출 SOS가 몰리는 이유가 뭘까.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교육열이 높은 강남에서는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힘들어 도움을 청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서초구 A고교의 1학년 김성수(가명) 군은 “학교가 전쟁터 같다. 조용한 교실에서 서로 눈치 보며 경쟁할 때면 뛰쳐나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강남에선 주로 오전에 등교하다 발걸음을 돌린 학생이 가출 상담 전화를 자주 한다는 게 헬프콜 상담원들의 설명이다. 고민 상담은 귀가 시간 무렵에도 집중된다. 한 상담원은 “특히 등교 직전, 방과 후에 학업 및 교우관계 스트레스, 학교생활 부적응 등으로 불안해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낮 시간대와 달리 해가 지면 강남에서 걸려오는 헬프콜이 뜸해진다. 헬프콜 상담원들은 “저녁에는 주로 청소년 쉼터 등 머물 곳을 문의하기 위한 가출 상담 전화가 많은데 강남에 사는 가출 청소년의 경우 비교적 유복한 가정 출신이 많아 쉼터 이용률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9∼12월 강남구 청소년 쉼터를 이용한 가출청소년 가운데 주소지가 강남인 학생은 4명뿐. 나머지 학생들은 마포 송파 강동 동대문 관악구 등 다른 지역에서 왔다.

강남구에 사는 임성태(가명·17) 군은 지난달 가출했다가 얼마 전 집에 돌아왔다. 임 군은 “가출 기간 중 주로 친구들 집에서 잤지만 굳이 쉼터까지 전전할 필요는 못 느꼈다”고 말했다.

강남에선 상대적으로 청소년들의 모텔 여관 등의 출입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편. 또 원룸 등의 방세도 비싸다. 결국 낮엔 강남의 유흥가에 머물던 가출청소년들이 해가 지면 잘 곳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 헬프콜 비율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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