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월세방 사는데요” 불법도박 업주의 위장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5일 03시 00분


대포통장 거액 인출 체포되자… 정체 숨기고 허름한 집 안내
사실은 대형사무실서 10억 챙겨

17일 0시경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털모자를 눌러쓴 조모 씨(38)가 다가섰다. 그가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5만 원짜리 지폐가 ATM 위에 수북이 쌓여갔다. 700만 원, 800만 원…. 야심한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뽑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조사해보니 조 씨가 돈을 뽑던 계좌는 ‘대포’였고 돈의 출처도 대지 못했다. 경찰은 일단 조 씨를 보이스피싱 사기단 일당으로 의심하고 체포했다.

경찰은 다른 일당까지 검거하기 위해 조 씨에게 집으로 가자고 했다. 조 씨는 응암동의 한 월세방으로 안내했는데 먹다 만 컵라면과 유통기한 지난 음료수 병만 뒹굴 뿐 사람 사는 흔적이 없었다. 수상히 여긴 경찰은 조 씨 휴대전화 발신 위치를 토대로 실제 거주지로 추정되는 갈현동의 한 빌라에 쳐들어갔다. 놀랍게도 그곳엔 인터넷 방송용 서버 16대와 PC 19대가 가득 들어찬 65m² 크기의 사무실이 있었다. 조 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아니라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열고 고객을 늘리기 위해 생중계 인터넷 방송국까지 운영하던 업주였던 것. 응암동 방은 그가 예전에 살던 곳이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012년 2월부터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퓨마’와 인터넷 생중계 방송국 ‘플러스티비’를 운영하며 10억 원가량을 챙긴 조 씨를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곽모 씨(22)를 불구속 입건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인터넷 도박장#불법도박#위장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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