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기자의 질문에 말이 없던 사춘기 소년은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는 또렷이 대답했다. 23일 경기 파주시 한민고에서 만난 남재민 군(15).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 남기훈 원사의 맏아들이다. 남 군의 어머니 지영신 씨(39)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기억이 상처로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어른이 다 된 것 같다”며 의젓한 아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달 3일 개교한 한민고는 군인 및 국가유공자 자녀를 위한 최초의 기숙형 사립학교. 정원의 70% 이상을 군인·유공자 자녀로 뽑는다. 지 씨는 “일반 학교에 갔으면 재민이가 아빠 잃은 설움을 겪었을 수도 있는데 한민고에서 밝게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월 1회 외출’만 허락하는 기숙학교지만 재민 군은 25일 별도의 특별외출을 허락받았다. 천안함 폭침일(26일)을 앞두고 어머니, 두 동생들과 함께 아버지가 안장돼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가기 위해서다. 늠름했던 남 군도 이 대목에선 “현충원에 갈 때마다 슬퍼진다”며 말끝을 흐렸다. 어머니 지 씨는 “아직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유언비어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서 한 번 더 가슴이 찢어진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천안함 폭침의 실상을 교과서에도 수록해야 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군의 담임교사인 신성철 교사는 “평소에 재민이한테 ‘이 학교는 재민이를 위한 학교’라고 말하며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다”며 “재민이도 매사에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군도 “엄마와 떨어져 있지만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재밌다”고 말했다.
태권도 3단 유단자인 남 군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아직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지만 아빠처럼 나라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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