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도로행진 가능해져… 교통대란-소음피해 불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헌재 ‘야간시위 금지’ 한정위헌 결정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되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야간 시위 중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도로에 주차돼 있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고 있다. 경찰은 ‘야간 시위 금지’가 한정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아일보DB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되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야간 시위 중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 도로에 주차돼 있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고 있다. 경찰은 ‘야간 시위 금지’가 한정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동아일보DB
다수인이 공동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집회와 달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시위는 여러 사람이 도로, 광장, 공원 등을 행진하거나 위력(威力)을 보이는 행위를 뜻한다.

지금까지 시위대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거리 행진을 할 수 있었다. 경찰은 야간 집회 신청은 받았지만 해가 진 뒤에도 행진을 하겠다는 신고는 아예 접수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해가 진 뒤에도 행진을 지속하면 해산 명령을 내렸으며, 이에 불응하면 불법행위에 해당돼 강제 해산을 할 수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에 따라 야간 행진이 허용되면 교통 체증과 소음 발생 증가 등 시민의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몰 직후는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시간대다.

지난달 25일 열린 국민파업대회 당시 행진을 하던 시위대는 오후 5시 40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교 남단 및 롯데호텔 앞 차로를 무단 점거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4차에 이르는 해산 명령에 불응하다가 오후 6시 50분에야 해산해 퇴근하려는 직장인 등이 교통 체증으로 심한 고통을 겪었다. 시위대는 당일 서울 지역의 일몰 시각인 오후 6시 21분 이전에 해산했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시위대가 신고된 행진 경로를 준수할 경우 해산 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야간 행진에 따른 소음 관련 민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2010년 7월 이후 시위(행진)가 아닌 야간 집회는 전면 허용돼 왔다. 이에 따라 야간 집회는 매년 급증해 왔고 소음 관련 민원이 발생한 야간 집회도 2012년 320건에서 지난해 400건으로 증가 추세다. 야간 행진까지 허용되면 집회 장소 근처뿐 아니라 시위대의 행진 경로를 따라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지역이 늘 것으로 보인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야간 옥외집회가 24시간 허용된 뒤 야간에 대규모 집회가 많이 열렸다”며 “시위까지 밤늦은 시간대에 허용하면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휴식을 취할 권리가 침해받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주부 최진숙 씨(45)는 “종로구는 집회 시위가 잦아 낮에도 교통이 마비됐는데 퇴근시간이 겹치는 야간 시간대에 대형 집회·시위가 열린다면 교통 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며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형식 씨(43)는 “야간에는 충돌이 생길 경우 주간보다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헌재가 야간 시위를 시간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민영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헌재가 밤 12시 이전의 시위에 대해서만 한정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은 입법권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위 허용 시간대를 밤 12시로 한정하면 철야 시위를 벌이려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앞으로 시위에 대응하는 경찰력의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며 “야간 시위가 도로 점거나 건물 침입 등 불법으로 변질될 경우 주간보다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이나 장비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jjj@donga.com·권오혁 기자
#야간시위#도로행진#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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