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드림타워’사업 주춧돌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 마무리에도 시민들 “교통체증-주거환경 악화”
‘흉물’ 위기 구한 中 뤼디그룹 허탈… “국제신인도에 찬물 끼얹을 우려”

초고층 빌딩인 드림타워가 들어설 예정인 제주시 노형동 현장.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초고층 빌딩인 드림타워가 들어설 예정인 제주시 노형동 현장.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수십 년 동안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도심 흉물로 방치될 위기에 있는 사업을 맡으면서 환영받고, 칭찬받을 줄 알았는데 이처럼 뭇매를 맞을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초고층 빌딩인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건설에 투자를 시작한 중국 뤼디(綠地)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비난여론에 대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지역 시민단체 등은 드림타워 사업에 대해 교통체증과 주거환경 악화, 경관 파괴 등을 유발하는 빌딩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드림타워 사업을 차기 도정으로 넘겨야 한다며 정치 쟁점으로 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인허가가 대부분 이뤄진 사업에 대해 투자를 결심했는데도 사업의 근간부터 흔들고 있다. 여기서 투자를 멈춘다면 앞으로 개발사업을 위해 제주에 뛰어들 외국 자본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 흉물위기 사업 구원

30일 드림타워 건설예정 현장. 높이 3∼4m의 펜스가 쳐진 가운데 거대한 크레인만 덩그러니 자리 잡았다. 터파기를 한 뒤 1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았다. 이 모습은 20년 전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롯데관광개발의 자회사인 동화투자개발이 1993년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기초공사를 시작하다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그대로 멈춘 것이다. 개발사업 재개를 모색하던 동화투자개발 측은 2009년 건축물 높이가 218m로 62층짜리 아파트와 레지던스호텔 등 쌍둥이 빌딩 형태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드림타워 사업을 계획하고 허가를 받았다.

당시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2002∼2011년)에 따라 예외적으로 건축물 고도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사업계획이 가능했다. 동화투자개발은 외자유치 성과가 없어 착공을 세 차례나 연기했다.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해결사’로 나선 곳이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359위에 들어간 뤼디그룹이다. 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인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투자하고 있는 인연도 있다.

지난해 11월 동화투자개발은 사업권과 용지를 뤼디그룹에 매각하고 호텔을 되사는 계약을 체결한 뒤 드림타워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이달 초 건축·교통 통합심의를 벌여 승인을 받았다. 사업계획을 수정해 2만3301m²에 호텔 908실, 콘도 1260실 등 2개 동을 짓기로 했다.

○ 비난여론에 제주 신인도 추락 우려

하지만 착공을 눈앞에 두고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최근 “고층건물이 들어선 노형동과 연동 지역의 도심 경관과 스카이 라인은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서면 심각한 수준의 경관 파괴에 직면한다”고 비난했다. 동화투자개발이 호텔에서 카지노를 추진한다는 구상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대해 뤼디그룹 측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투자를 해달라고 해서 어렵게 결정을 내렸는데 오히려 발길질을 당한 꼴이다. 이 사업은 현재 마지막 행정절차인 제주시의 건축허가만을 남겨놓고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26일 도정회의에서 “20년 동안 꼴불견이었는데 다행스럽게 땅 소유자와 중국 투자자가 합작투자를 한다. 위축되지 말고, 투명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해 사업 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제주대의 한 교수는 “행정절차가 사실상 끝난 사업에 문제를 삼는 것은 제주의 신인도를 추락시키고 투자유치 환경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카지노는 찬반여론이 있어서 고민해야 할 사안이지만 드림타워 사업 자체를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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