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모 씨(50·무직)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소재 택시회사 차고지에서 열쇠가 꽂힌 채 기사 교체를 위해 세워져 있던 회사 택시를 발견하고 마음이 흔들렸다. 사흘 전 이 회사 택시기사로 입사 지원을 했다가 낙방해 관련 서류를 되돌려 받고 나오던 참이었다.
손 씨는 다른 회사에서 택시기사를 하다 한 달 전에 그만둬 수입이 없던 처지여서 열쇠가 꽂힌 택시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7시 45분경 택시를 훔쳐 서울 일대를 돌며 영업을 했다. 회사 측은 오후 11시경에야 택시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손 씨의 가짜 택시기사 행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1일 오전 1시 20분경 택시에 부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위치를 추적한 끝에 송파구 방이 삼거리에서 손님을 내려주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차를 훔쳐 운행한 5시간 반 동안 택시 미터기에는 11만여 원이 찍혀 있었다. 택시회사 관계자는 “손 씨가 입사 지원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긴 했다”며 놀라워했다. 손 씨는 “돈이 없어 남의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송파경찰서는 손 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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