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희 기자의 숨은 서울찾기]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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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놀자, 모두 공짜로
추억의 명작-희귀 작품 감상하고 영화史도 덤으로…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배우들이 입었던 옷이나 소품을 전시해 둔 코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배우 문소리가 입었던 유니폼(왼쪽)과 ‘만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입었던 코트(가운데), ‘괴물’에서 송강호가 입은 트레이닝복(오른쪽)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배우들이 입었던 옷이나 소품을 전시해 둔 코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배우 문소리가 입었던 유니폼(왼쪽)과 ‘만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입었던 코트(가운데), ‘괴물’에서 송강호가 입은 트레이닝복(오른쪽)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선희 기자
장선희 기자
“오늘 뭐 할래?” “영화나 보지 뭐….”

주말마다 영화관에 앉아 팝콘을 집어 먹다 보면 다른 영화를 봐도 그날이 그날처럼 느껴진다. ‘1000만 명’이 봤다는 대박 영화도 따분해지곤 한다. 이럴 때 영화에 관련한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에 가보면 어떨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이 그렇다. 전문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름 탓에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누구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놀이공간이다.

○ 돈 없는 커플부터 옛날 영화 마니아까지 OK

한국영상자료원 지하 1층에는 ‘시네마테크’라는 영화관이 있다. 깔끔한 시설 덕분에 일반 영화관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상영시간표를 살펴보면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하다. 이제는 잊혀진 추억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영하는 영화는 매일 바뀐다. 5일은 로버트 올트먼 감독이 1979년 발표한 SF영화 ‘퀸테트(Quintet)’, 6일은 영화배우 김진규, 남정임 씨 등이 출연한 1967년 작 ‘어느 여배우의 고백’이 상영된다. 옆 사람 팔꿈치에 몸이 닿을 정도로 빡빡한 멀티플렉스와 달리 사람도 별로 없고 공간도 넓은 시네마테크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옛 추억 속에 빠져들게 된다. 옛 영화뿐 아니라 매달 주제를 정해 예술·고전 영화 특별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홈페이지(koreafilm.or.kr)에 있다.

최신 영화나 희귀 작품을 골라보고 싶다면 2층 ‘영상도서관’으로 가보자. 이곳은 ‘세상의 모든 영화가 있는 곳’이라고 불린다. 국내외에서 개봉한 영화 DVD 1만2500여 점과 영화 관련 책 5000여 권, 논문 2400점, 시나리오 1만4000점을 갖췄다. 한마디로 ‘공짜 DVD방’인 셈이다. 1인, 2인, 다(多)인 DVD 감상실과 영화음악 감상실도 마련돼 있다. 그래서인지 영상도서관에는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동네 주민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가득했다.

○ 한국영화사 100년을 한눈에 확인

영화를 본 뒤 몸이 뻐근하다면 1층 ‘한국영화박물관’을 둘러봐도 좋다. ‘영화’라는 낯선 매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한국영화 역사가 연대기별로 정리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인기 배우들이 영화에서 실제 입고 나왔던 옷이나 소품 전시다. ‘서편제’에 등장했던 낡은 북과 ‘만추’에서 배우 현빈과 탕웨이가 입었던 옷, ‘괴물’에서 배우 송강호 등이 입고 다녔던 옷과 괴물 모형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물관 한쪽에는 1911년 영화를 관람하던 ‘원각사’를 본떠 만든 미니 영화관이 있다. 무성영화 시절의 변사 자리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거나 옛 흑백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 밖에 어린이들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각종 조형물을 설치했다. 모든 시설 이용은 무료. 02-3153-2001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상암동#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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