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현숙 씨(46)는 봄이 돼 창문을 열고 싶었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두려웠다. 그러잖아도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봄철이면 기침과 콧물을 달고 살던 터였다.
김 씨는 우연히 ‘창문형 필터’라는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창틀에 끼워 쓰는 이 제품은 공기를 통하게 하면서도 황사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과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걸러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 씨는 “그냥 창문을 열어놓을 때보다 기침이 덜해졌다”며 “코로 숨을 쉴 수 있으니 너무나 좋다”고 만족했다.
봄이면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와 황사를 막아주는 생활용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중 하나가 콧구멍 삽입형 마스크다. 일명 ‘노스크(nose+mask)’로도 불리는 이 제품은 작은 필터를 코에 직접 넣어 쓰는 방식이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는 이 콧구멍 마스크의 올해 1∼3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나 늘어났다.
방풍·보온 기능이 있는 유모차 덮개와 엄마 등에 업힌 아기에게 씌우는 유아용 ‘황사 망토’, 목에 걸고 다니는 ‘목걸이형 공기청정기’도 인기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봄철이 되면서 미세먼지와 황사를 막아주는 1인용 아이디어 생활용품의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위생용품이나 세정제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이마트의 올 1∼3월 마스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5% 증가했다. 손 세정제 매출은 20.1%, 구강청결제는 29.1% 늘어났다.
가전제품 중에서는 단연 공기청정기가 인기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예년의 3배 가까이 늘었다. LG전자는 지난달 미세먼지와 황사를 제거하는 기능을 특화한 공기청정기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초미세먼지 필터를 장착해 머리카락 굵기의 2500분의 1인 지름 0.02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먼지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필터 기능과 흡입력이 강화된 고급 진공청소기의 매출 증가율이 높아진 것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2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와 다이슨, 밀레 등 국내외 유명 업체의 50만 원대 이상 고급 진공청소기와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고성능 헤파(HEPA)필터를 장착한 제품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2.5% 늘었다. 고성능 필터가 들어간 제품은 일반 청소기보다 가격이 20∼30% 비싼 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자녀와 부모의 건강을 염려하는 30, 40대 고객들이 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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