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고층아파트 베란다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호) 한 쌍이 날아든 것. 이들은 도심 한복판의 이 아파트 23층 베란다의 에어컨 실외기 옆에 둥지를 틀었다. 일주일 전에는 집 주인 오흥구 씨(74)가 놓아 둔 신문지와 쌀부대 등 폐지 위에 알 3개를 낳았다. 암놈으로 추정되는 황조롱이 한 마리는 하루 종일 알 주변을 지켰다. 오 씨가 근처에 오면 금방이라도 덤빌 듯 몸을 곧추세우고 노려봤다. 모성 본능이었다. 수놈으로 추정되는 다른 한 마리는 드나들며 먹이를 주고 있다.
오 씨는 “며칠 전 집에 찾아온 손님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라고 귀띔해 줘 놀랐다”며 “부화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둘만 살고 있어 조용한 곳인 줄 알고 우리 집에 온 것 같다. 새끼들이 건강하게 자라 숲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용환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주무관은 “산악지역에서는 황조롱이를 자주 목격할 수 있지만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에 나타난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황조롱이는 맷과의 하나로 몸길이는 33∼35cm이며 작은 새나 들쥐 등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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