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아파트 베란다 입주한 황조롱이 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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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후평동 아파트 23층에 둥지 틀어… 지난주 알 3개 무사히 낳고 부화준비

수컷 황조롱이가 먹잇감을 찾으러 나간 사이, 암컷이 지난주 아파트 베란다에 낳은 알을 지키고 있다.
수컷 황조롱이가 먹잇감을 찾으러 나간 사이, 암컷이 지난주 아파트 베란다에 낳은 알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중순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고층아파트 베란다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호) 한 쌍이 날아든 것. 이들은 도심 한복판의 이 아파트 23층 베란다의 에어컨 실외기 옆에 둥지를 틀었다. 일주일 전에는 집 주인 오흥구 씨(74)가 놓아 둔 신문지와 쌀부대 등 폐지 위에 알 3개를 낳았다. 암놈으로 추정되는 황조롱이 한 마리는 하루 종일 알 주변을 지켰다. 오 씨가 근처에 오면 금방이라도 덤빌 듯 몸을 곧추세우고 노려봤다. 모성 본능이었다. 수놈으로 추정되는 다른 한 마리는 드나들며 먹이를 주고 있다.

오 씨는 “며칠 전 집에 찾아온 손님이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라고 귀띔해 줘 놀랐다”며 “부화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둘만 살고 있어 조용한 곳인 줄 알고 우리 집에 온 것 같다. 새끼들이 건강하게 자라 숲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용환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주무관은 “산악지역에서는 황조롱이를 자주 목격할 수 있지만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에 나타난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황조롱이는 맷과의 하나로 몸길이는 33∼35cm이며 작은 새나 들쥐 등을 잡아먹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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