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계획안 3분의 2 동의 안해”… 대법, 9500여채 사업案 결의 취소
인가 다시 받아야 할 상황 올수도… 연말 일반분양 미뤄질 가능성
국내 최대 규모의 저층 재건축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이 결의 과정에 흠이 있으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로 예정됐던 일반분양이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정부의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부과 방침으로 얼어붙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윤모 씨 등 3명이 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올해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연말에 9500여 채 초대형 규모의 분양에 나서려던 가락시영조합 측의 재건축 일정은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의 판단에 따라 재건축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04년 주민 83.35%의 동의를 얻고 재건축을 결의했다. 조합은 또 2007년에 면적과 가구 수 등을 일부 바꾼 사업시행계획을 새로 만들어 57.22%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윤 씨 등 일부 주민은 “조합원 분담금이 대폭 증가하고 분양 면적과 무상 지분이 대폭 감소했다”며 “정관변경에 준하는 규정(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을 적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조합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변경하려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지만 해당 계획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흠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흠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사유가 아닌 취소사유”라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윤 씨 등이 승소했지만 2심은 패소했다.
이번 판결로 가락시영을 재건축하는 아파트의 일반분양 일정이 미뤄질지 주목된다. 조합 측은 지난해 7월 총회를 통해 조합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 다시 사업시행계획을 결의했기 때문에 사업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법리적 판단을 해본 결과 예정대로 12월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건설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새로 결의한 사업시행계획이라도 이전에 있던 계획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면 원칙상 다시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낸 윤 씨는 지난해 의결됐던 사업시행계획과 관련해서도 무효 소송을 냈다.
강남 재건축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이번 판결이 연초 급등한 재건축 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번 판결이 선례가 돼 혹시 다른 재건축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까 걱정해 선뜻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9500여 채 가운데 약 1600채가 일반분양되는 가락시영아파트는 당초 예상보다 최대 1억 원이 넘는 추가분담금이 발표된 지난달 이후 호가가 수천만 원 폭락했다. 주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에 법원 판결까지 내려지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