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경험이 없이는 졸업이 불가능하도록 엄격한 학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 맞춤형 인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대학만의 차별화된 공학교육이죠.”
지난달 20일 경기 시흥시에 있는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실에서 만난 이재훈 신임 총장(59)은 2월 28일 취임한 뒤 동아일보와의 첫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장은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다. 총장으로서 학교를 발전시킬 비전을 갖고 있었다. 학생을 특화시켜야 학교가 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으로 한국산기대를 최고의 학교로 키우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이 총장은 광주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산업자원부 2차관, 지식경제부 2차관 등을 지낸 행정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한국산기대 총장을 맡으면서 학교에도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자가 방문한 한국산기대는 대표적인 ‘산학협력 특성화대학’답게 기업의 연구기관 같았다. ‘기업은 대학을 연구소로, 대학은 기업을 캠퍼스로’라는 창학 슬로건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학교가 처음 세워진 1998년 500명에 불과하던 학생은 현재 1350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한국산기대는 그동안 중견·중소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기술 인력을 공급하며 산학협력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한국산기대 하면 떠오르는 건 ‘엔지니어링하우스’. 교수가 별도의 개인 연구실 대신 24시간 학생과 실습실에서 연구하고 교육·실습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실습한 내용은 학점으로 그대로 인정해 준다. 또 학생들이 원하는 기업을 골라 현장 실습하는 ‘가족회사’ 같은 독창적 산학협력 프로그램도 창안해 전국 대학가에 확산시키면서 특성화 대학의 진가를 발휘했다.
정부 지원사업에서 발군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까지 산학협력선도사업(LINC) 수도권 1위, 교육역량강화사업 6년 연속 선정, BK21 플러스사업 선정 등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동아일보 10대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총장은 “한국산기대는 10년 넘게 성공적으로 산학협력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대학의 문턱을 낮춰 중견·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학생들에게는 현장 경험을 충분히 쌓게 한 게 성과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취임한 뒤 한국산기대 학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변화’를 주문했다. 지금의 산학협력 시스템을 ‘산학융합’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학부생의 역량을 석사급 연구 인력으로 육성하고 중견·중소기업으로 진출시켜 혁신을 견인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총장은 “창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며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를 위해 산업 현장에 필요한 ‘창업선도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기업 등에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젊은 인재들의 창업교육과 튼튼한 창업 안전망을 구축해 창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처음 한국산기대에 와보니 산학협력 성과와 취업률은 최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치열한 대학 간 경쟁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취업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산기대는 창업보육센터 창업교육센터 창업동아리를 통해 140여 개 기업이 창업했다. 기업 평균 매출은 1억 원이 넘는다. 이 총장은 이들 기업을 모델로 모의창업훈련 등 현장감 있는 창업 강좌를 운영하고 창업동아리와 창업인큐베이터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우수한 사업플랜을 지닌 예비창업자에게 시제품 제작 관련 자금을 최대 7000만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이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한 상태에서 다시 업그레이드하려면 산학협력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을 창업가로 집중 육성하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와도 부합한다고 본다.”
이 총장은 해외 유수 명문대와 협력기반을 마련해 대학의 국제화에도 속도를 낼 생각이다. 학생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지닌 유능한 공학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외현장실습, 교환학생 등을 확대하고 졸업 후 국내외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그는 “한국산기대를 글로벌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대학의 재정기반을 안정화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노력하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