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 계모 사건의 진상이 뒤늦게 속속 드러나면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 부모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지금까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선 대부분 살해할 의도까지 없다고 봐 살인죄가 아닌 치사(致死·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함)죄를 적용해 왔다.
지난해 계모가 아이를 골프채로 폭행해 숨지게 한 나모 군(8) 사건에는 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계모 권모 씨(33)와 친아버지 나모 씨(35)는 나 군을 지난해 8월 19∼22일 베란다에 하루 종일 세워 두거나 골프채와 플라스틱 안마기로 마구 때리는 행위로 숨지게 했다. 권 씨와 나 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8년과 5년을 선고받은 뒤 형이 무겁다며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대구지법에서 진행 중인 칠곡 계모 사건의 계모 임모 씨(35)에게도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해외에서는 아동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적극적으로 살인죄를 적용하는 등 엄벌하는 추세다. 특히 사형제가 없는 영국과 독일에서는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8월 대니얼 펠카 군(당시 4세)의 학대 사망 사건에서 가해자들에게 최소 구금기간 30년의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친모와 동거남이 아이를 굶기고 감금, 구타를 일삼았으며 소금을 강제로 먹이는 등 학대하다 아이가 숨진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체벌이라고 주장했지만 영국 법원은 수개월간 이어진 구타와 학대가 펠카 군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독일 법원도 친모와 동거남에게 심한 구타를 당해 뇌 손상을 입고 3일 뒤 사망한 카롤리나 양(당시 3세) 사건에서 살인과 학대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가정 내 훈육으로 치부되던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 사건이 아예 드러나지 않거나 드러나더라도 아이들이 학대한 부모를 두려워해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어린이와 학대자를 빨리 분리시켜 증거 수집과 진술 보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9월 시행되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전담 공무원과 교사, 응급구조사, 의사, 상담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범위를 넓히고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도록 하는 조항까지 두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칠곡 계모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를 소홀히 한 관계자들의 의무 위반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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