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을 앞둔 울산 태화루(太和樓)가 태화강변에 위용을 드러냈다. 신라시대 건립된 누각인 태화루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진 뒤 400여 년 만에 재건축되는 것이다. 울산시는 다음 달 중순 태화루 준공식을 열 계획이다.
○ ‘복원’ 아니라 ‘신축’
태화루가 들어선 곳은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강변의 야트막한 야산. 이곳에 올라서면 태화강과 울산 시가지가 잘 보인다.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년) 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진주 촉석루와 밀양 영남루, 안동 영호루와 함께 ‘영남 4대 누각’으로 불렸다. 현재 건립 장소에서 신라시대 기와 조각이 여러 편 발굴돼 태화루 터로 추정하고 있다. 건물과 관련된 자료는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23명)에서 태화루 건립 시기인 신라시대 대신 고려 말∼조선 초기 건축 양식의 정면 7칸(길이 21.6m)과 측면 4칸(〃 11.4m)인 주심포(柱心包) 식으로 건립하기로 확정했다. 영남루의 형태도 참조했다.
그래서 이 사업은 태화루 복원(復元)이 아니라 건립 또는 신축으로 불린다. 태화루 건축비 100억 원은 울산에 공장이 있는 에쓰오일이 기탁했다. 태화루 건축에는 명장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 우여곡절 많았던 건립 과정
태화루 부지는 한때 고층 아파트 건립이 추진됐던 곳이다. 이곳은 원래 ‘하천용지’였으나 1976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이어 1994년에는 주상복합아파트 등 근린생활시설 건립이 가능한 ‘준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한 건설사는 이곳에 35층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며 2005년 11월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법적 하자는 없었다. 하지만 울산시는 ‘태화루 복원에 필요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이에 앞서 울산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태화루 건립 운동이 추진됐고, 예산 10억 원도 확보했다. 울산시는 “태화루의 옛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1995년 사업을 중단했다. 2002년부터 태화루의 본격 건립이 추진돼 2011년까지 407억 원을 들여 태화루 건립에 필요한 이 일대의 땅과 건물을 모두 사들였다. 당초 3월 중순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속건물인 문화휴게동이 화강암으로 지어져 목재로 된 태화루 본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준공을 연기하고 설계를 변경했다.
또 태화루 복원에 값싼 러시아산 소나무를 사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조사 결과 태화루에 쓰인 소나무는 국내산이 85%, 캐나다산이 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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