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여고 11년째 세자매 결연… 1-2-3학년 같은 반-같은 번호 연결
“고민 털어놓고 책도 물려받아요”
7일 세자매 결연을 맺은 충남여고 2학년 김채은, 3학년 서보인, 1학년 김진아 양(왼쪽부터)이 결연을 맺은 뒤 학교 뒷동산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다. 뒤편에도 세자매 결연을 한 학생들이 보인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자매결연을 한 뒤 졸업한 언니한테 문제집을 물려받았는데 중요한 부분에 밑줄 쳐서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충남여고 3학년 4반 11번 서보인 양)
“입학한 지 한 달밖에 안 돼 학교생활이 익숙지 않은데 언니가 둘씩이나 생겼으니 마음 든든해요.”(1학년 4반 11번 김진아 양)
7일 오후 3시 반경 대전 중구 선화로 충남여고 대운동장에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이 학교에서 11년째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세 자매 한마음 결연 상견례’. 행사는 1, 2, 3학년 같은 반, 같은 번호 학생들이 자매가 되는 것으로 2004년 한 학생의 아이디어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운동장에는 전교생 1700여 명이 모였다. 5교시가 끝난 뒤 운동장에서 자신의 분반대로 ‘자매 1반, 자매 2반… 자매 14반’라고 씌어진 팻말에서 번호대로 줄을 섰다. 다른 학년의 같은 반, 같은 번호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것. 생면부지인 선후배가 ‘세 자매’가 되는 순간이었다. 먼저 학교 측이 알려준 자매에게 쓴 편지부터 주고받는다. 선배 또는 후배에게 보내는 두 통의 편지다. 편지에는 사는 곳, 취미와 좋아하는 과목, 진로 등 자신을 소개한 말과 하고픈 말이 담겨 있다. 짧은 시간에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날 동생이 2명 생긴 서보인 양(17·학생회장)은 동생 김진아(1학년) 김채은 양(2학년)과 함께 학교 뒷동산 텃밭으로 갔다. 3학년 1반 3번 노지후 양도 동생 권예진 고다현 양을 데리고 뒤따랐다.
충남여고는 전체 부지면적이 4만5000m²로 신설 학교보다 3배가량 넓어 텃밭까지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배추 무 토마토 상추 수박 등을 재배하고 급식 때 먹거나 주변 복지관 등에 기증한다.
“이 밭에 우리 세 자매만의 토마토를 심을 거야. 고민이 있을 때 카카오톡 해. 우리 아지트는 이 밭으로 하자. 자주 만나 이야기 하자.”(서보인)
“공부는 별로지만 동생들에게 음악만큼은 책임질 수 있어요.” 이 학교 오케스트라 악장인 노지후 양은 동생들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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