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서 배관공사 30대 사망… 화재-추락사 등 열달새 4차례
시장 예비후보 브리핑 받는 시각 회사측, 유족 입장은 가로막기도
5월 임시사용 승인여부 불투명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빌딩(555m·123층)인 롯데월드타워 등 건물 4동으로 구성된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 또다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8일 오전 8시 18분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의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근로자 황모 씨(38)가 냉각수 배관 기압 점검 중 고압에 튀어 오른 배관 뚜껑에 이마를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황 씨는 6.6m² 남짓한 공기조화실에서 혼자 냉각기 배관 이음매를 손보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건물 지하 6층부터 지상 12층 옥상까지 연결돼 있는 냉각기 배관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배관에 cm²당 7kgf의 고압 공기를 주입하고 있었다. 황 씨가 작업하던 배관 위에 길이 30cm, 지름 30cm짜리 철제 뚜껑이 이음매로 묶여 있었는데 이 뚜껑이 고압에 의해 튀어 오르면서 사고가 났다. 황 씨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그는 2012년 10월 결혼해 두 살배기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롯데건설 측은 사고 현장에 볼트를 풀 때 쓰는 스패너가 있었던 점으로 보아 황 씨가 배관과 뚜껑을 잇는 빨간색 이음매의 볼트를 임의로 풀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년 동안 배관공으로 일한 황 씨가 압력 시험 도중 볼트를 풀면 뚜껑이 튈 거란 사실을 예상하면서도 볼트를 스스로 풀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현장 감독자 등을 소환해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황 씨 아버지(62)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1시경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으로 달려갔지만 1시간 동안 입장을 저지당했다. 황 씨 아버지가 “왜 가족도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항의했지만 입구를 막아선 공사장 직원들은 “현장이 위험하다” “윗선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가로막았다. 이들은 취재진이 몰려들고서야 황 씨 아버지를 사고 현장으로 들여보냈다. 반면 이 시각 이혜훈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아무 제지 없이 공사현장에 들어가 롯데월드타워 15층에서 롯데건설 임원들에게 구체적인 브리핑을 받고 있었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에서는 2월 16일 롯데월드타워 47층에서 불이 났고, 앞서 지난해 6월 25일 롯데월드타워 43층에서 거푸집 구조물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등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건설 측은 다음 달 준공 예정인 엔터테인먼트동, 에비뉴엘동과 캐주얼동에 대해 서울시에 임시사용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지만 안전성 우려가 증폭되고 있어 허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서울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언론에 5월 임시사용 승인 관련 얘기를 흘리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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