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례 반성문 쓴 계모 “상해치사 인정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칠곡 의붓딸 숨지게해놓고 이율배반

경북 칠곡군 의붓딸 학대사망사건의 계모 임모 씨(35)가 지난해 10월 구속 이후 지금까지 재판부에 20차례 반성문을 냈지만 상해치사는 물론이고 일부 폭행 혐의까지 부인하는 등 이율배반적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 씨는 또 구치소에서 숨진 A 양(당시 8세)의 언니 B 양(12)에게 내가 나가면 꼭 함께 여행 가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B 양이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 씨는 지난해 10월 구속 이후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반성문을 계속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두 20차례나 냈다. 대부분 ‘아이들을 아낀 나머지 체벌이 심했다. 말로 하면 되는데 등을 때리거나 회초리를 들었다. 풀려나면 친딸과 A 양의 언니를 사랑으로 키우겠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임 씨는 지금까지 상해치사는 물론이고 폭행 부분까지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반성문이 진심에서 나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 씨의 국선변호인 김모 변호사는 8일 기자와 만나 “임 씨를 처음 봤을 때 ‘실제로 당신이 한 것(A 양을 때려 숨지게 한 일)이 맞으면 자백해야 형량이 줄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임 씨는 ‘내가 하지 않은 일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임 씨는 A 양이 숨진 지난해 8월 14일 상황에 대해서도 “A 양과 언니가 느닷없이 서로 심하게 때리며 싸워 겨우 말렸고 A 양이 잘못한 것 같아 언니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따르지 않아 조금 더 혼냈다. 이어 신체 어느 부분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약간 밀쳤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언니 B 양의 비공개 증언은 전혀 다르다. B 양은 지난달 대구지법 판사실에서 사건 당시 계모의 범행을 소상하게 밝혔다. B 양은 “(계모가) 오후에 누워 있는 동생의 배를 10차례 밟고 밤 10∼11시 주먹으로 배를 15차례가량 때렸다”고 증언했다.

검찰도 지난달 26일 B 양이 동생을 다섯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한 차례 배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공소장 내용을 임 씨의 단독 범행으로 바꿨다. 검찰 관계자는 “임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구체적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 씨가 A 양이 숨졌을 때 병사 처리하려고 하는 등 계속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에 임 씨의 범행 부인 진술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진상을 알려온 A 양 자매의 친척과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들은 “임 씨가 자기 잘못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선처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말 그대로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임 씨는 또 재판 시작 전 구치소에서 친딸과 언니 B 양에게 ‘내가 나가면 꼭 함께 여행을 가자. 맛있는 것 사먹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는 ‘곧 구치소에서 나가니 진술을 임 씨에게 유리하게 하라’는 내용이 담겨 B 양이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결심공판 때 임 씨가 최후진술을 통해 “풀려나게 되면 앞으로 B 양(12)을 친딸처럼 키우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평소 임 씨가 친딸과 의붓딸 자매를 차별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A 양과 친딸이 함께 다녔던 초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 씨가 친딸은 소풍을 보내면서도 A 양에 대해선 비용 1만500원이 없다며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측에서 “돈을 학교에서 부담할 테니 보내 달라”고 권했지만 끝내 거절했다는 것.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지난달 10일 친아버지(37)가 합의해 A 양의 언니 B 양의 친권자를 생모 이모 씨(36)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친아버지가 사실상 친권을 포기한 것이며 이 때부터 B 양이 마음 놓고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는 게 변호사회의 설명이다. 이 씨는 5일 대구가정법원에 전 남편의 친권상실청구서를 냈다. 친권의 부활을 막기 위한 조치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 신동진 기자
#칠곡#계모#의붓딸 학대#상해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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