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운석 분석하면 태양계 역사 알수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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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내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기삿거리는 바로 ‘돌’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돌이 그냥 돌이 아니라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3월 29일자 A12면에도 지금까지 경남 진주에서 발견된 것 중 최대 크기의 운석이 발견됐다는 기사가 실렸네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운석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놀라운 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운석이 중요한 이유

운석은 지구 표면에 부딪치고 남은 작은 외계의 물체를 말합니다.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이나 태양계를 떠돌던 먼지 같은 것들을 유성체라고 하는데, 이 유성체가 지구 중력에 이끌리면 대기 안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대기와의 마찰로 약 100km 상공에서부터 빛을 내며 타기 시작해 초속 11∼72km의 속도로 지상으로 떨어지는데 이를 유성, 흔히 별똥별이라고 하죠.

유성이 땅에 닿으면 운석이 됩니다. 보통은 크기가 작아서 대기를 지나며 모두 타서 없어지지만 좀더 큰 것들은 지표면까지 날아와 떨어지기도 하는 거죠. 때로는 운석이 공기 중에서 수많은 조각으로 나뉘어 여기저기 흩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번에 진주에 떨어진 운석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럼 왜 운석이 중요할까요? 바로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의 진화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운석을 연구하면 태양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 수 있고, 또 다른 행성을 이룬 물질의 종류를 찾아 그 행성에 생명체가 사는지에 대한 비밀도 밝혀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운석이 바로 앨런힐스 운석입니다. 1984년 남극의 빙하에서 발견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보내진 운석인데요. 이 운석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이것이 소행성의 파편이 아닌 화성의 돌이라고 결론지었고, 그 운석에서 ‘화석’으로 보이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자몽 크기의 흐린 초록빛 돌로, 그 안에는 탄산염이라는 미세한 금빛 입자가 들어 있다는데요. 지질학에서 탄산염이 존재한다는 것은 보통 물이 있는 장소에서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생명체도 있을 수 있으니 이 화석은 화성에 한때 물이 있었고, 지금도 있을지 모른다는 놀라운 증거가 된 것입니다.

지구의 역사도 운석이나 지각을 형성하는 암석, 화산 분출물 등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아주 오래전 원시태양이 만들어진 후 주변을 떠돌고 있던 성운들이 서로 충돌해 커지면서 미행성(태양계가 생겨날 때 존재했던 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천체)을 만들었는데, 그중에서 원시지구가 탄생했습니다.

○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

지각을 이루고 있는 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성 성분이 모두 다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의 경우도 자세히 보면 색깔과 모양이 다른 여러 가지 알갱이가 보입니다. 바로 그것이 암석을 구성하는 알갱이, ‘광물’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광물의 종류는 3000여 가지나 되지만 지구의 암석을 이루는 주요 성분은 수십 종에 불과하고 이를 ‘조암광물’이라고 합니다. 또 다이아몬드는 금강석 하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광물은 저마다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 성질을 이용해 광물을 구별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색깔이지만 비슷한 경우는 광물의 가루가 나타내는 색인 ‘조흔색’을 비교해 구별합니다.

광물을 구별하는 또 한 가지의 성질은 바로 무르고 단단한 정도, 즉 굳기입니다. 독일의 광물학자인 모스는 광물의 굳기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열 가지 광물의 상대적 굳기를 정해 ‘모스 굳기계’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광물에 흠을 낼 수 있는 광물이 흠이 난 광물보다 더 단단하다는 원리를 이용한 거죠. 즉, 굳기 2인 석고보다 굳기 3인 방해석이 더 단단하고, 그래서 방해석과 석고를 문지르면 방해석은 흠이 안 나지만 석고에는 흠이 생긴다는 겁니다. 이 모스 굳기계에서 가장 단단한 것이 바로 굳기가 10인 금강석, 다이아몬드입니다. 그러니 진짜 다이아몬드라면 그보다 굳기가 낮은 걸로는 절대 흠을 낼 수 없습니다.

○ 센 돌을 찾아라!

우리 주변의 돌 중에서 어떤 돌이 가장 센지 알아볼까요? 모스가 이용한 원리대로 서로 긁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돌마다 그것을 이루는 광물이 다르기 때문에 단단한 정도도 다릅니다. 그래서 돌끼리 서로 긁어 보면 단단한 돌이 약한 돌을 긁어 상처를 내죠. 활석이나 석고 같은 아주 약한 광물은 손톱으로도 긁을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놓아 보면 가장 센 돌을 찾을 수 있습니다.

○ 돌 구경하고 지구 역사를 배워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지질박물관에 가 보세요.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의 종류, 운석, 광물, 화석 같은 지질표본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지름 7m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지구본에 재현된 한반도 주변 바다의 해저지형, 지구내부 모형, 공룡화석 등 돌과 지구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전시물이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지구의 탄생과 구조를 전시물을 통해 배우고, 여러 가지 광물과 암석 표본을 볼 수 있습니다.

어때요? 쓸모없는 돌이라 생각했지만 그 안에 지구와 태양계의 역사를 품고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지역마다 자연사박물관이 있는 곳이 많이 있으니 이번 주말엔 재미있는 돌 구경을 떠나보세요.

고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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