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 혐의로 퇴출된 김문기 씨(82) 일가가 상지대 운영권을 다시 장악하면서 상지대가 분규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상지대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 학생회, 동아리 연합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상지대 민주관 앞에서 학생과 교수 등 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비리재단 세습 저지와 대학 민주화 쟁취를 위한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비대위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김문기 씨 측 이사들은 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학내 구성원을 탄압해 왔으며 정관 개정안 일부를 날치기 처리하는 등 독불장군식 운영을 일삼았다”며 “김 씨의 차남인 김길남 씨가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돼 상지학원의 족벌세습이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비대위는 또 “비리재단 퇴출과 족벌세습 반대, 학원 민주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해 이를 저해하는 모든 세력에 맞서 당당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윤명식 상지대 총학생회장은 “우선 학내 집회 등을 통해 족벌세습의 문제점을 학생과 시민에게 알리는 데 주력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경우 휴업 투쟁까지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31일 상지학원이 이사회를 열고 김길남 이사를 새 이사장으로 선출하면서 촉발됐다. 정이사 9명 가운데 6명이 김 씨 측 인사인 데다 이사장까지 차지하면서 인사, 예산 등 학교 운영의 전권을 갖게 된 것. 교육부가 추천한 채영복 전 이사장 등 이사 3명은 ‘이들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며 이사회 전날 사임했고 김 씨 측은 즉각 새 이사장을 선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보직 교수들은 즉각 보직 사표를 제출했고 대학 측은 총장직무대행과 기획처장, 입학홍보처장 등 주요 보직에 대해 인사를 단행했다. 교수협의회는 8일 모임을 통해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협은 10일경 성명을 통해 대응 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상지학원은 9일 “이사 3인의 사퇴에 따른 공백 및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긴급이사회를 개최했고 정당한 절차와 방식으로 이사장을 선출했다”며 “조만간 구성원들에게 학교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지대는 1993년 공금 횡령과 부정 입학 등으로 김문기 전 이사장이 구속되자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됐으며 2004년 학교가 정상화되면서 정이사를 선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이 새로 선출된 정이사들의 선임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07년 사법부는 김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2010년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종전 이사 측에 대한 이사 과반수 추천 권한 인정’에 따라 4명이 옛 재단 측 추천 인사로 채워지면서 갈등의 불씨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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