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금융회사의 모든 해외점포를 대상으로 부당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여부를 조사한다.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 김모 씨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해외점포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종래의 잘못된 관행을 도려내다 보니까 여러 사고가 드러났는데, 금융계의 잘못된 관행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일부 도쿄지점에서) 불미스러운 상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해외점포에 대해 해당 금융사의 자체 점검 결과를 받은 뒤 필요하면 직접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우리, KB국민, IBK기업은행 도쿄지점과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 금융당국과 정보 교류 등 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 대출 규모가 급팽창한 국내 은행의 중국 법인에 대해서도 부당대출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도쿄지점에서 조성된 뒷돈이 지난해 물러난 우리금융지주의 옛 최고경영진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숨진 김 씨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도쿄지점장을 지냈고 대학 동문이자 옛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 회장은 “대출을 해 줄 권한도, 심사기능도 (나에게) 없었다. 재직 중 일본을 몇 번 갔지만 투자 논의 등을 위한 것”이라며 부당대출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이번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양주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미뤄볼 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감식을 의뢰했다”며 “정확한 결과가 나오려면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 시신은 불에 타 훼손된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김 씨는 사망 전에 부인과 두 딸에게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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