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변의 태화루가 25일 완공된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400여 년 만에 재건축한 것이다.
태화루 건축비 100억 원은 울산에 정유공장이 있는 에쓰오일이 2012년 3월 내놨다. 당시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흐메드 알수베이. 4년간 에쓰오일 사장으로 재직하다 귀국하기 직전 울산에 대한 보답으로 기탁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한국 이름을 이수배(李秀培)로 짓고는 ‘한국 이씨’라고 소개했다. 울산시는 후임인 나세르 알마하셰르 CEO에게 지난해 9월 명예시민증을 주었다. 기업체는 이윤을 지역에 환원하고, 자치단체는 기업체를 예우하는 훈훈한 모습이었다.
그런 에쓰오일에서 최근 울산시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사고가 터졌다. 4일 오후 원유 저장탱크의 축이 부러지면서 원유가 유출된 것이다. 원유가 엉키지 않게 섞어주는 믹서기가 부러지면서 생긴 구멍으로 사흘간 13만 배럴(2065만7000L)이 유출됐다. 이는 올 1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부두를 들이받으면서 유출된 원유(65만5000∼75만4000L)의 약 30배다.
에쓰오일에서 유출된 원유는 저장탱크 주변에 설치하도록 된 높이 2.5m의 콘크리트 벽인 다이크(Dike)에 고여 바다로는 흘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크 바닥은 흙이어서 지하로 쓰며든 원유가 바다와 토양오염을 일으킬 소지는 있다. 또 원유 유출 이후 2, 3일간 울산 전역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신고전화가 20여 건이나 접수됐다.
울산석유화학공단에는 원유를 비롯한 액체 위험물이 6185개 시설에 2200만 kL가 저장돼 있다. 전국 저장량의 35%다. “대규모 원유 및 화학물질 저장시설의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환경운동연합의 지적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에쓰오일은 이제부터 사고 수습과 함께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태화루 건축비를 기탁한 소중한 뜻이 빛을 잃지 않는다. 더불어 울산시민의 사랑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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