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희 기자의 숨은 서울찾기]서대문구 ‘개미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그 달동네

달동네에서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난 서울 서대문구 세검정로 개미마을의 전경. 낡은 벽에 노란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달동네에서 벽화마을로 다시 태어난 서울 서대문구 세검정로 개미마을의 전경. 낡은 벽에 노란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선희 기자
장선희 기자
서울 서대문구 세검정로4길 100-58번지. 서울시내에서 몇 개 남지 않은 달동네 ‘개미마을’ 주소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사는 이곳 주민의 모습이 개미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인적이 드물었던 이 마을은 최근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주인공 용구와 딸 예승이가 살던 동네로 등장해 유명해졌다.

개미마을은 1950년 6·25전쟁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도시 빈민들이 임시 거처로 천막을 두르면서 만들어졌다. 인왕중학교 옆 가파른 언덕길을 숨이 찰 정도로 올라가야 겨우 닿는다. 마을 꼭대기에선 내부순환도로와 근처 아파트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지대가 높다. 지붕과 지붕, 대문과 대문이 오밀조밀 맞닿아 고층빌딩이 가득한 도심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 삭막한 달동네가 최근 회색벽을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색칠하면서 생기를 얻었다. 대학생들이 모여 ‘환영’ ‘가족’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을 테마로 51편의 벽화를 그려 넣은 것이다. 어두운 골목길 벽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고 낡은 무허가 건물 벽에는 하늘색, 초록색 알록달록한 풍선 그림이 입혀졌다. 예쁜 벽화 덕분에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관광객도 늘었다. 강아지 벽화가 그려진 집 주인은 벽에 “저는 스타이니 모델비를 입금해주세요”라는 농담식 문구를 써놓기도 했다.

개미마을은 예전에는 하나둘 생기는 천막이 서부영화의 ‘티피(인디언 거처)’같다고 해서 ‘인디안촌’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이 마을 노인들은 이웃 아이들을 가족처럼 챙기면서 1983년 지금의 개미마을이라는 정식 명칭을 얻게 됐단다. 홍제역 2번 출구로 나와 7번 마을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7번방의 선물#서대문구 개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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