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갖춘 거라곤 허영심밖에 없으면서 남자의 조건을 따지는 여자, 상대방의 지나친 배려와 희생을 바라는 여자….
이런 여성상에 대한 풍자를 신인가수 브로가 ‘그런 남자’라는 곡에 담았다. 속물 같은 여자 때문에 속 터지는 심정을 대변해주니 많은 남자들이 열광했다.
사실 ‘남자의 마음’을 대변해준 원조는 고 성재기 남성연대 초대 대표였다.
남성연대가 출범한 건 2011년. 성 대표는 여성도서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여성전용좌석과 여성마라톤대회에 반기를 드는가 하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유별난 행동은 주목을 받았지만 단체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독특한 이벤트로 종종 언론에 오르내리던 남성연대 대표의 행보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성 대표는 단체의 자금난을 호소하며 지난해 7월 한강에 투신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현재 남성연대엔 준·정회원 8000명이 가입돼 있다. 초대 대표가 남긴 어록과 행동은 부각됐지만 남성연대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단체는 성 대표의 사망 이후 위축된 듯했지만 최근 김동근 신임 대표(24)를 중심으로 다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무엇에 대해, 왜 목소리를 높이는 걸까. 여성할당제에 반기를 들다
“우리는 여성혐오 집단과는 아예 관련이 없고, 오히려 여자를 좋아합니다.”
김 대표는 “나도 2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고, 결혼할 생각도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남성연대’라는 이름을 보고 이들이 여성과 대척점에 서있는, 상처받은 남성들일 거라고 추측하지만 김 대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들이 공격하는 대상은 일반 여성이 아니라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여성운동계’라고 강조한다.
페미니즘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자유주의 철학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누릴 것을 주장한다. 남성연대는 이런 사상은 자신들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많다고 말한다. 이들이 싫어한다는 ‘극단적인 페미니즘’은 여성을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대상으로 전제하고 각종 불필요한 특혜를 남발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남성연대의 주축을 이루는 세대는 20, 30대 젊은이들이다. 여성이 각종 시험에서 우위를 점하고, 심지어 ‘금녀(禁女)의 영역’이라 불리던 분야까지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는 걸 목격한 세대다. 그렇기에 무작정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는 것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들이 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것도 여성은 더이상 약자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여성할당제가 시행되는 주된 분야는 정치와 공직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은 비례대표 공천자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배정하도록 의무화돼 있고, 지역구 공천은 전국 지역구의 30% 이상을 여성에게 주도록 권장하고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에서도 정부는 2017년까지 위원회를 구성할 때 한쪽 성(性)이 위원 수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부 위원회에서 여성참여율 40%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사실 할당제라는 것은 타고난 배경인 ‘성별’을 이유로 일정 부분 자리를 배당하는 제도다. 파이가 정해져 있다면, 할당제로 들어오는 누군가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는 능력을 더 갖췄더라도 탈락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남성연대는 여성할당제가 더 능력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제도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남성연대는 여성할당제가 능력 있는 여성에 대한 모욕이며, 오히려 여성들이 싫어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본인의 능력으로 남성과 경쟁해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여성에게 ‘할당제로 들어온 여성’이라는 오명을 안겨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그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이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남녀 비율을 맞추는 것엔 반대한다.
김 대표는 “공무원도 도장 하나 잘못 찍으면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데, 하물며 훨씬 더 중요한 자리인 국회의원을 할당제로 뽑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군대 대체복무 주장
남성연대는 진정한 남녀평등을 추구한다며 여성의 군대 대체복무를 주장하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프라인 서명운동에 현재 1000여 명이 서명했다. 최근 이 활동에 불을 붙인 계기가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한 남성이 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현재의 병역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해 올해 2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집단으로서의 남자는 집단으로서의 여자에 비해 전투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여자라도 월경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병력자원으로 투입하기에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보충역이나 제2국민역 등도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투입될 수 있는 예비적인 전력으로서 일정한 신체적인 능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사실 전문가들은 성 평등이 단순히 남녀에게 동등한 권리나 비율을 할당하는 게 아니라 차이를 기반으로 성립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현대윤리학에서는 성 평등의 개념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의 처지를 살피며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남성연대도 남녀의 신체 차이는 인정한다. 김 대표는 “여성이 열등해서가 아니라 임신 출산 월경 등으로 인해 남성보다 군복무를 하기가 좀 더 힘든 건 사실”이라며 “외국에도 남녀를 똑같이 군 복무시키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대체복무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여성도 공익근무요원처럼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도록 하고, 대체복무를 할 것을 요구한다. 대체복무는 노동강도가 사무직과 비슷한데, 신체조건이나 능력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대체복무까지 남자에게만 부과하는 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여성만 군사훈련을 못 받고 위험에 노출되는 게 오히려 성차별이자 교육의 불평등이라고 주장한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둘러싼 시각
성(性)을 둘러싼 남성연대의 시각은 종종 화제가 되곤 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노골적인 성적 행위 등을 표현한 음란물도 제작·배포·소지할 수 없게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다.
남성연대는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금지하는 것엔 찬성하지만, 아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성인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음란물까지 금지하는 건 반대하고 있다. 일례로 성인이 교복을 입고 성행위를 하면 ‘아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성인’에 해당된다.
성 전 대표는 2012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아동포르노 제작자는 사형이라도 시켜야 마땅하지만, ‘바바리맨’ 잡자고 모든 남자가 ‘바바리 코트’를 못 입게 하지는 말자”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남성의 성욕 메커니즘은 음란물을 보면 성범죄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성욕이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아동에 대한 성적인 판타지도 관련 음란물을 봐야 해소가 된다는 논리다. 그는 “아동성애자는 혐오스럽지만 하수구를 막아서 오물을 넘치게 할 게 아니라 하수구를 통해 오물이 흘러나가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실제 아동만 등장하지 않으면 아동을 소재로 한 음란물도 허용해야 할까. 전남 나주시에서 7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은 “평소 일본 음란물을 즐겨 보면서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해보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다”고 했다. 법무부의 지난해 발표에서도 아동성폭행범의 16%는 범죄를 저지르기 최대 7일 전에 아동음란물을 봤다고 답했다. 아동포르노 등으로 성욕을 해소한다는 게 왜곡된 성 관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던 이유다.
남성연대는 아동포르노 시청과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선후관계’일 뿐이지 ‘인과관계’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아동포르노를 보고 아동에 대한 성적인 판타지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김 대표는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음란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성욕을 해소해서 더 심한 성범죄를 막아주는 이점이 더 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여성정책 반대, 여성부 폐지 주장
6·4지방선거와 관련된 남성연대의 현안은 이혜훈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공약이다. 이 후보는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지하철 내에 성폭행 성추행 등 여성 대상 성범죄가 증가하니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열차의 가운데인 5, 6번째 칸을 여성 전용칸으로 지정해 여성 승객만 타게 하는 방식이다. 우선 혼잡한 2호선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칸수를 늘리고 다른 노선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남성연대는 이 공약이 모든 남성을 성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안 그래도 붐비는 2호선에 여성 전용칸을 만든다면 성범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선량한 남성 모두가 같은 지하철 비용을 내고 더 좁은 공간에 몰려 있을 수밖에 없다”며 분개한다.
이들은 같은 논리라면 모든 사람을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면 절도가 발생하지 않는데 그게 옳으냐고 반박한다. 아예 모든 남녀를 격리시키면 연간 단 한 건의 성범죄도 발생하지 않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성범죄는 치안을 강화해서 해결할 일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남성연대는 각종 여성정책의 발원지를 여성부로 보고 여성부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알고 보면 여성부의 영문명은 ‘양성평등가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다. 하지만 여성부가 실시하는 정책엔 여성친화도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대생커리어개발, 여성인재아카데미, 국제전문여성인턴 등 여성을 위한 정책이 많다. 여성의 발전이 가족의 발전이고 사회의 발전이긴 하지만 ‘남녀’가 아닌 ‘여성’이 주요 정책 대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셈이다.
김 대표는 남성연대 설립 목적이 “여성부를 폐지하고 여성단체들을 개혁, 정리하는 한편 그들이 우리나라에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정관 제25조에는 ‘남성연대는 설립 목적을 달성했을 때 해산한다’고 돼 있다. 과연 남성연대는 해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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