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칠곡 친부
11일 ‘칠곡 계모사건’ 피해 여아의 친아버지 김모 씨가 선고공판이 열린 대구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1일 1심 판결이 선고된 경북 칠곡군의 계모 임모 씨(36) 사건과 울산 계모 박모 씨(42) 사건은 여덟 살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법원은 두 사건 모두 상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고 형량에서는 박 씨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된 반면 임 씨에게는 그보다 낮은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
비슷한 아동학대사망 범죄를 놓고 울산지검과 대구지검은 각기 다른 혐의를 적용했다. 울산지검은 아이의 갈비뼈 14개가 부러지는 등 폭행 정도가 심하고 아이가 폭행 직후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특히 울산지검은 2007년 아내를 12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골절로 숨지게 한 사건과 2008년 외국인 아내가 결혼 생활을 거부하자 주먹과 발로 때려 역시 갈비뼈 18개 골절로 숨지게 한 사건에 살인죄가 적용돼 유죄 판결이 난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대구지검은 피해자가 폭행 이틀 뒤 복막염으로 숨진 점을 고려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범행 당시 고의로 사망하게 할 의도(미필적 고의 포함)는 없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과 울산지법은 두 사건 모두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은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직권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판결했다. 계모 박 씨가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해왔는데 사건 당일 갑자기 살인의 고의가 생겼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무의식적으로 가격하면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머리와 몸통을 구별해 때린 점, 집에서 마음만 먹으면 흉기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흉기로 구타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 아이가 의식이 없자 119에 전화하고 심폐소생술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
대구지법 역시 부검 결과 복막염은 1회의 강한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임 씨가 무차별적으로 폭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검은 이 같은 법원 판단을 고려해 “선고 형량이 구형량(징역 20년)의 절반에 그친 만큼 항소하겠지만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두 사건 모두 전면 재조사해 항소심에서는 살인 혐의를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폭행 정도, 사망의 직접 원인이 형량에 영향
울부짖는 울산 생모
‘울산 계모사건’의 선고공판일인 11일 계모에게 맞아 숨진 아이의 생모 심모 씨(가운데)가 울산지법 법정을 나서다가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에게 기대며 오열하고 있다. 이날 계모 박모 씨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울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두 계모의 형량이 달라진 것은 폭행으로 인한 외상의 정도와 폭행 이후 사망까지 걸린 시간이 달랐던 게 영향을 줬다.
칠곡 사건의 경우 사망의 직접 원인인 복막염으로 장에 구멍이 난 것이 계모 임 씨의 폭행으로 바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고려됐다. 염증이 계속 진행됐지만 아이가 사망하기까지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박 씨의 경우 폭행으로 갈비뼈 14개가 부러졌고 갈비뼈가 폐를 찌른 것이 직접적 원인이 돼 아이가 약 1시간 만에 사망했다. 또 박 씨에겐 상해죄와 절도죄까지 추가됐다.
법원의 양형기준에 비춰 볼 때 임 씨의 범죄는 징역 4년∼10년 6개월, 박 씨의 범죄는 징역 4년∼13년에 해당한다. 임 씨는 양형기준 내에서 최대치에 가까운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반면 박 씨에게는 양형기준의 최대치인 징역 13년보다 2년을 더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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