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에 ‘예술의 꽃’이 활짝 피었다. 2011년부터 진행중인 ‘평화미술 프로젝트’에는 국내외 예술가들이 참여해 평화를 염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제일교포 3세 설치작가인 김수미 씨가 백령도 해병대 관사 울타리 철망에 장미꽃 조화를 설치한 로즈라인 프로젝트.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11∼17일 회화, 사진, 현장설치, 퍼포먼스, 커뮤니티아트, 영상 등 다양한 예술가 50여 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각자 1∼6일씩 백령도에 머물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평화미술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인천문화재단 산하 인천아트플랫폼이 2011년부터 평화의 기운을 불어넣자며 마련한 이벤트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자 예술인들이 백령도에서 전쟁 대신 평화를 기원하고 있는 것.
올해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 가운데 신태수 씨(52)는 1월부터 백령도에 들어가 섬의 비경을 화폭에 담았다. 11일부터 옛 백령병원 2층 로비에서 ‘서해비경’이란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수시로 드나들었고 최근엔 주소지까지 백령도로 옮겼다.
평화미술 프로젝트의 거점은 백령도 진촌리의 ‘백령도 평화예술 레지던시’다. 90m² 규모의 옛 면장관사를 개보수해 2012년 7월부터 예술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편도 4시간(직선거리 191.4km)이나 걸리는 이곳에 총인원 200여 명의 예술인이 찾아와 창작활동을 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영국 일본 등 외국 작가들도 수개월씩 머물며 섬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했다. 영국 출신 에마 벨 작가는 지난해 3∼5월 백령도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천 조각을 활용한 워크숍 교육을 했다. 심청각, 두무진, 콩돌해안 등 탐사지역의 자연경관을 소재로 한 패션작품 전시회도 열었다. 다른 외국 작가와 함께 백령도 풍경, 일상생활, 산업 형태 등을 기록한 ‘잠시 여행의 일기’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재일교포 3세 설치작가인 김수미 씨는 백령도 초등생 100여 명과 해병대 관사 울타리의 철조망에 장미꽃 조화를 설치한 ‘로즈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비무장지대를 돌아보면서 ‘휴전선은 인류가 만들어낸 비밀의 화원’이란 생각이 들었고 백령도 철조망을 아름다운 장미덩굴로 변신시켰다”고 말했다.
백령도에 들어간 예술인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하고 평화예술축제를 열었다. 10여 차례 백령도를 찾은 사진작가 노기훈 씨는 “나라를 지키는 군과 섬에서 생활하는 주민의 서로 다른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조만간 섬으로 이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성과를 인정해 백령도에 문화재생사업을 벌일 수 있는 지원금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자체 기금과 인천시 예산을 보태 백령도 평화미술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백령 레지던시를 확장해 더 많은 예술인이 머물 수 있게 하고 주민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상설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 레지던시 옆 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1589m²의 옛 백령병원을 12월까지 레지던시Ⅱ로 리모델링한다. 여기에는 예술인 창작 스튜디오, 어린이 도서관, 강의실, 공연장, 전시실, 커뮤니티 공간, 군인과 주민 대상의 무료 사진관이 들어선다.
서해 5도를 예술지대로 바꾸기 위한 계획도 추진된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 백령도에서 북한 예술인이 참여하는 예술행사를 마련한 뒤 남북 예술 교류사업을 본격화한다.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신부님들이 건립했던 옛 백령병원이 이념적 갈등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백령도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백령도의 평화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로 공동 제작한 작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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