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지금 하는 생각이 창업의 출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슈퍼잼’ 창업자 프레이저 도허티에게 듣는 청소년 창업

프레이저 도허티 ‘슈퍼잼’ CEO.
프레이저 도허티 ‘슈퍼잼’ CEO.
최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대상 창업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창업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학업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창업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이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

창업하려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는 청소년이 많다. 하지만 “창업은 창조가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업가가 있다.

14세 때부터 잼을 만들기 시작해 잼 하나로 자신의 회사를 세계적인 과일 잼 기업으로 성장시킨 ‘슈퍼잼’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프레이저 도허티(26·영국)가 그 주인공. 과일 100%로 만들어진 슈퍼잼은 세계 12개국 2000여 개 매장에서 1년에 약 100만 병이 팔린다.

그는 어떻게 10대에 사업을 시작해 성공했을까? 도허티를 서울 서초구 The-K 서울 호텔에서 최근 만나 청소년 창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전문지식 없는 것이 강점”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창업을 할 수 있을까? 도허티는 “전문지식이 없으면 오히려 기존의 것을 뒤엎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창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실제로 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도허티는 ‘잼에는 반드시 설탕이 들어가야 한다’는 기존 잼의 통념을 뒤엎는 과일 100%로 만든 잼을 내놨다.

도허티는 14세 때 할머니로부터 스코틀랜드 방식으로 과일 잼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잼 만들기에 빠져 학교 수업을 마친 뒤와 주말에 종일 부엌에 틀어박혀 잼을 만들었다. 이웃집을 방문해 자신이 만든 잼을 직접 맛보게 하고 잼에 관한 정보를 담은 포장지를 잼 용기에 붙여 동네장터에서 팔았다.

“이웃들이 제가 만든 잼을 먹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행복했어요.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잼’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연구했죠. 설탕 없이 100% 과일로만 만든 ‘슈퍼잼’은 그렇게 탄생했답니다. 제가 17세 때였어요. 기존의 아이템을 재해석하는 것은 청소년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하는 생각이 창업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지요.”(도허티)

집과 현장에서 배우다


도허티가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는 집안 교육환경도 한몫했다. 그는 8세 때부터 사업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쿠키와 케이크를 만들어 선생님에게 팔았다. 10세 때는 달걀을 부화시켜 닭으로 키워 그 닭이 낳은 달걀을 팔았다. 도허티의 부모는 늘 이상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아들을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달걀을 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도허티와 토론했다.

“어릴 때 제가 창업하게 된 건 부모님의 영향도 적지 않았죠. 늘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깨닫고 그 일을 하며 살라”고 말씀해주셨답니다.”(도허티)

도허티는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업적 감각을 키워나갔다. 그는 영국인 대부분이 슈퍼에서 잼을 사 먹는 것을 보고 ‘슈퍼잼’을 대형 슈퍼에 유통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슈퍼잼과 발음이 비슷한 ‘슈퍼맨’의 이미지를 사용한 잼 포장지를 사용한 제품을 들고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웨이트로즈’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No’. 슈퍼맨 이미지는 ‘100% 천연과일 잼’이란 제품의 특성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핵심을 잘 전달하지 못하면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웠죠. 자신의 제품에 담긴 핵심메시지 하나를 정한 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도허티)

글·사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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