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착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6·4지방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2012년 총선 때 수성갑에서 출마해 4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광주 서을에 출마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39.7%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함께 화제를 불렀다.

그가 이번 시장선거에 출마한 것은 지난 총선 때의 경험 때문에 대구시민이 당 간판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노 대표주자’로 불린 유시민 전 의원은 수성을에서 32%를 득표했다. 앞서 2005년 대구 동구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이강철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는 44%를 득표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발언을 보면 국회의원선거와 시장선거를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는 12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내가 야당 대구시장이 되면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된다고 믿는 대구정치권, 오만하고 나태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정신없이 대구를 위해 일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여당 대통령, 야당 대구시장’ 프레임도 제시했다. 그는 “대구 출신 여당 대통령은 여당을 책임지고 야당 쪽은 야당 대구시장이 책임져 여야를 설득하면 국회 300석 가운데 280, 290석은 설득할 수 있다. 대구가 도약할 수 있는 큰 물건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게 시장의 역할은 아닌 것 같다. 시장은 대구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역밀착형 정책을 실천하는 자리다. 그의 말은 마치 중앙정치에 몸담고 있는 유력 정치인이 하는 ‘정치적 수사(修辭)’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 지역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의식한 탓인지 “대구 경북지역은 박정희 대통령을 자랑스레 생각하면서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박정희컨벤션센터 건립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는 2002년 박정희체육관이 개관했다. 영남대는 2009년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을, 2011년에는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을 개원했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 깊은 새마을운동은 경북을 중심으로 국제적 보급이 활발하다.

그가 경기 군포지역 3선 의원이라는 기득권을 버리고 대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뜻을 펼치고 있는 건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구시장으로 출마한 이상 그에 걸맞게 대구시민이 공감하는 정책과 활동으로 표를 얻어야 한다. ‘내가 중앙정치를 좀 해봤다’라는 자세로는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20일 경선을 앞둔 새누리당 예비후보 4명도 지역밀착형 정책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무공천을 추진했던 것은 지자체가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는 점을 잘 새겼으면 한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6·4지방선거#새정치민주연합#김부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