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최근 개장한 ‘천사섬 새 조각 공원’.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흑산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새를 테마로 한 국내 최초 조각공원이다. 신안군 제공
14일 전남 목포에서 93km 떨어진 신안군 흑산도.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닷가에 펭귄, 왜가리, 쇠기러기 등을 형상화한 돌 조각이 늘어서 있다. 조각은 미로처럼 보이는 관람로 사이에 배치돼 아담한 돌담과 잘 어울렸다. 이곳은 4일 개장한 ‘천사섬 새 조각공원’. 신안군이 철새 중간 기착지인 흑산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새를 테마로 조성한 국내 최초의 조각공원이다. 유인도 73개, 무인도 931개 등 섬이 1004개인 신안군에 문화예술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섬에 예술이라는 옷을 입혀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가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 ‘예술의 섬’ 신안
흑산도는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 518종 가운데 390여 종 30여만 마리가 중간에 쉬어가는 기착지다. 동남아시아나 일본 남부, 호주 등지에 서식하는 새들이 번식하려고 봄에 들어왔다가 가을에 나가는 관문이다. 흑산도 진리 8500m²에 들어선 새 조각공원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수입한 ‘쇼나(Shona) 새 조각’ 310점이 배치됐다. 돌담(410m)과 전망공간을 비롯해 동백, 배롱나무 등 6000여 그루의 나무도 심어져 있다. ‘쇼나’는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짐바브웨 인구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부족의 이름. 정과 망치 등 전통 도구만을 이용해 만들어 ‘돌에 영혼을 불어넣은 것 같다’는 평을 듣는 조각품이다. 신안군은 공원 종합안내소를 ‘새 인형 전시관’으로 리모델링해 세계 각국의 새 인형을 수집해 전시할 계획이다. 인근에 건축 중인 ‘철새전시관’도 6월 준공한다.
쇼나 조각품은 압해도 분재공원에서도 만날 수 있다. 2009년 4월 압해도 송공산 남쪽 기슭 13ha에 들어선 분재공원에는 ‘책 읽는 사람’, ‘지상의 천사’, ‘여인’ 등을 테마로 한 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과감한 생략과 과장, 적절한 비유와 감춤 등으로 생동감과 신비감을 자아내면서 자연주의적 질감을 보여주는 조각 작품이 소나무, 주목, 곰솔, 향나무, 금송 등 2000여 점의 명품 분재와 조화를 이뤄 연간 5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 섬 곳곳에 미술관
신안군은 일본의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꿈꾸며 섬 곳곳에 미술관 건립 사업을 벌이고 있다. 목포에서 배로 1시간 20분 걸리는 안좌도는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수화 김환기(1913∼1974)의 고향. 이곳에는 1926년 화가의 부친이 백두산 적송을 사들여 지었다는 기와집이 남아 있다. 신안군은 안좌도에 내년 말까지 김환기미술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수화의 생가에서 멀지 않은 신촌리 저수지 옆에 터 10만 m²를 사들이고 공모를 통해 설계를 확정했다. 그의 인생과 미술 세계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수화의 손때 묻은 유품도 확보했다.
청정해변과 염전으로 유명한 비금도에는 조각 전문 미술관과 조각공원이 들어선다. 신안군은 최근 비금도 출신 중견 조각가 김왕현 교수(동신대 산업디자인학과)와 예술작품 기증 협약을 맺었다. 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김 교수의 40년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86점을 전시한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인 증도에는 성화(聖畵)를 위주로 전시하는 ‘골고다기독미술관’이 내년에 문을 연다. 2층 규모의 전시관에 기독교 관련 작품 등을 전시한다는 구상이다. 군은 미술관에 6·25전쟁 당시 스스로 순교자의 길을 걸어 마을 사람들을 살려낸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스토리를 입힐 예정이다. 조선시대 말기 매화의 대가 우봉 조희룡(1789∼1859)의 유배지였던 임자도에는 미술관과 기념관 성격의 ‘조희룡기념관’을, 자은도에는 사진작품 위주의 ‘사진의 섬 갤러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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