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 사장 소환 밤늦도록 조사
임직원-납품업체서 상납 받은 돈… 회사 윗선 전달-정관계 로비 추궁
고개숙인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구속수감, 신헌 검찰출석 두 명의 재계 인사가 14일 비리 혐의로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3600억 원대 횡령 및 배임과 2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왼쪽)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15일 새벽 구속됐다. 신헌 롯데쇼핑
사장은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개별 임직원들의 횡령이나 납품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회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납품업체와 회사 임직원들의 자금을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2008∼2012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신헌 롯데쇼핑 사장이 비자금 조성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신 사장을 이날 오전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신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 사장을 포함한 회사 임직원들이 부정하게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했다면 어디에 썼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을 ‘공동의 우물’처럼 함께 조성했다면 회사 고위층에 전달하거나 정관계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첩보들을 대검찰청에서 이첩 받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신 사장을 지나치게 감싼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최근 잇따라 소환 조사했던 강덕수 전 STX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의 경우 취재진에 미리 출석 시간을 알려줘 취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14일 신 사장을 소환할 때는 전혀 사전 통보가 없었고 이날 오전 동아일보 보도로 신 사장의 출석 사실이 알려지자 급히 “오전 10시에 출석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 사장은 이보다 한 시간 이상 이른 오전 8시 50분경 검찰청에 나왔다. 이 때문에 “신 사장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빼돌리기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한편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가 공정거래법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직권 조사한 뒤 위법 증거가 발견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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