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세 3만명, 부모가 집 비우면 돌볼 곳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어린이집 없는 읍면동 전국 441곳


《 전국 3488곳의 읍면동 가운데 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은 441곳(12.6%). 주로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이다. 이곳의 아이들이 인근 읍면동의 어린이집에 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집에서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일부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보육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시설을 짓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

전국 읍면동 중 12.6%는 어린이집이 설치되지 않은 ‘보육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보건복지부의 보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읍면동 3488곳 가운데 어린이집이 없는 지역은 441곳.

○ 주로 농어촌이 사각지대

어린이집이 없는 읍면동은 대부분 시골 지역이었다. 서울과 광역시, 세종시의 읍면동은 26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도 단위 지역에서는 415곳 중 401곳(96.6%)이 읍면 단위였다.

교통이 편리하고 행정기관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인근 지역 어린이집을 이용하면 된다. 반면 시골에서는 교통도 불편하고 관련 기관도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 다른 지역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어린이집 대신 별도의 민간시설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모가 농사일이나 출근으로 집을 비우면 방치될 수밖에 없다. 영유아들이 어린이집 같은 ‘시설 보육’에서 배제될 경우 설령 아동학대를 당하더라도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도 낮아진다.

어린이집 없이 보육 사각지대에 놓인 영유아의 수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다만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2012년 기준) 자료를 통해 보면, 어린이집이 설치되지 않은 읍면동 중 서울과 광역시의 읍면동 25곳을 제외한 지역에 사는 0∼4세 영유아 수는 최소 40명에서 최대 110명이다. 평균 75명으로 계산하면 약 3만3075명으로 추산된다.

시골 지역에 어린이집이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수가 워낙 적기 때문. 어린이집을 만들어도 인원을 채우지 못하니 정부와 민간이 어린이집을 짓지 않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촌에 3∼20명 규모의 소규모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을 때 시설비의 70%와 운영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일부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의 재정이 어렵거나 보육 의지가 적으면 짓기가 어렵다.

○ 국공립 신축 의욕 꺾는 보육지침

농어촌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보육현장에서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부족해 애를 먹는다. 지자체나 민간(지자체에 기부)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짓더라도 인센티브는커녕 자체 예산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해 원장 인건비의 80%와 영아반 교사 인건비의 80%, 유아반 교사 인건비의 30%를 지원한다. 민간어린이집은 별도로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현재 정부의 보육지침에서는 국고로 신축한 어린이집만 인건비를 지원한다. 지자체나 민간이 설치한 국공립어린이집은 별도로 정부에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승인을 못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18개 생명보험회사가 만든 공익재단)이 지어 경기도에 기부한 A 국공립어린이집도 국고로 지은 국공립어린이집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인건비는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A 어린이집 원장은 “국고로 신축한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어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국공립 시설을 짓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와의 협의나 검증 없이 지자체나 민간에서 지은 국공립어린이집까지 인건비를 지원하긴 어렵다”며 “국고로 신축하지 않은 어린이집의 인건비는 재정당국과 협의를 거쳐야 관련 예산이 확보되는데, 그것도 쉽진 않다”고 설명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공립어린이집이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신축 주체가 중앙이든 지방이든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었다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인건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어린이집#농어촌#사각지대#국공립 신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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