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재선 첫 문턱 넘은 洪지사에게 필요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강정훈·부산경남본부장
강정훈·부산경남본부장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일 모두가 이미 과거사가 되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누른 뒤 내놓은 소감의 일부다. 많은 앙금들을 털겠다는 의미다. 통 큰 모습에 “역시 ‘홍 반장’답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 지사는 도지사 재선(再選) 고지에 가까이 다가섰다.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그에 걸맞게 홍지사의 ‘품’도 더욱 넉넉해질 필요가 있다.

경선 과정에서 경남의 지역구 국회의원 상당수는 홍 지사의 반대 진영에 섰다. 일부 측근도 돌아섰다. 실체 확인이 어려운 ‘박심(朴心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역시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결국 그는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들이 개입하면 2016년 총선에서 페이백(pay back·앙갚음)하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현역 프리미엄과 중량감, 노련한 이슈 제기로 예선을 뚫었다. 특정 세력에 의존하기보다 민심의 바닥을 훑은 결과다.

이제 내 편, 네 편 가르지 말고 ‘용광로 캠프’를 구성해 본선을 맞아야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도는 살생부가 있다면 개봉 없이 폐기하는 게 낫다. 살생부를 운운하는 측근치고 충신은 드문 법이다.

경남은 18개 시군에 면적도 넓어 국회의원, 시장, 군수 의견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이들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면 지역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내 탓이오’ 하면서 플러스의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다.

언론과의 관계도 과제다. ‘공정’에 기초한 보도와 비평의 촉구는 몰라도 ‘적대적’, ‘우호적’으로 구분하면 곤란하다. 비판은 크게 듣고, 아부는 과감하게 내치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홍 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경남도의 다양한 수상내역을 ‘소통’의 상징처럼 말한다. SNS를 통한 소통도 좋지만 공무원, 언론, 지방의회, 시민단체 등과도 가슴을 열고 말을 섞는 것도 중요하다. 그 첫걸음을 도청 출입문의 자물쇠를 뜯어내는 데서 시작한다면 모두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지방선거까지는 50일 남았다. 홍 지사도 다음 달 15일경 후보 등록을 한다. 젊음을 앞세운 야권의 예비후보들은 “재선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결과는 유권자 뜻에 달렸다. 홍 지사에게 바란다면 이번 선거에서 그가 꿈꾸는 ‘큰 그림’을 위해 포용하는 지사의 이미지를 퍼뜨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논란이 극심한 현안들은 도민 의견을 반영해 다듬는다면 금상첨화다. 그의 표현대로 이제 ‘pay back’한다는 말은 ‘take back(취소)’하고 ‘pay off(좋은 마무리)’ 해야 할 시점이다.

강정훈·부산경남본부장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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