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판 연고전’으로 불리는 강릉중앙고(구 강릉농고)와 강릉제일고(구 강릉상고)의 축구 정기전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 강릉중앙고 총동문회는 “강원FC(강원도민프로축구단)의 고교 지원 축구발전기금이 강릉제일고에만 편중되고 있다”며 “강원FC와 강원도의 공정한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정기전에 참여할 수 없다”고 16일 밝혔다.
총동문회는 “강원FC가 2012년도부터 연간 4억 원씩 강릉제일고 축구부를 지원하고 있어 강릉제일고는 전국에서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스카우트해 무료로 운동시키고 있지만 강릉중앙고는 매년 1억여 원의 동문회 기금만으로 축구부를 운영해 재정 형편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양교의 실력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 양교의 정기전 성적은 2011년까지 6승 14무 6패로 호각이었지만 강원FC의 지원이 시작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은 강릉제일고가 연거푸 승리했다.
조규명 강릉중앙고 총동문회장은 “지원 편중으로 실력의 균형이 깨져 강릉 축구 발전이 기본 목적인 정기전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며 “정기전이 강릉단오제의 하이라이트라는 것은 알지만 공정한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원FC 측은 강릉중앙고의 문제 제기가 타당성은 있지만 사실상 2개 학교를 동시에 지원하기가 불가능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정된 기금을 나눠 지원할 경우 우수 선수 양성 효과가 떨어지고 프로축구연맹 규정상 한 학교를 3년 이상 지원해야 이 학교 졸업생들을 우선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송학 강원FC 사무처장은 “프로축구연맹 규정 때문에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연맹과도 심도 있는 협의를 거쳐 해결책을 찾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두 학교의 정기전은 1976년부터 단오제 기간 중 열려 매년 2만∼3만 명의 관람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열띤 경기는 물론 재학생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응원전도 흥겨운 볼거리다. 정기전은 경기가 과열돼 학생들의 싸움이 벌어진 1982년 중단됐다가 6년 만에 부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올해 정기전은 다음 달 31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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