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꼭 돌아오리라 믿어” 단원고 탁구팀 ‘눈물의 우승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 2학년 3명 수학여행 포기후 참가
悲報 듣고 울먹이다 이 악물어… 경기 마친뒤 손 마주잡고 ‘펑펑’

참았던 울음 끝내… 환호는 없고 눈물만 있었다. 17일 제60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여고부 단체전에서 우승한 안산 단원고 여자 탁구부 선수들이 참았던 눈물을 쏟자 정현숙 대한탁구협회 전무가 위로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생 3명은 이 대회 출전을 위해 사고가 난 세월호에 탑승하지 않았다. 월간 탁구 제공
참았던 울음 끝내… 환호는 없고 눈물만 있었다. 17일 제60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여고부 단체전에서 우승한 안산 단원고 여자 탁구부 선수들이 참았던 눈물을 쏟자 정현숙 대한탁구협회 전무가 위로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생 3명은 이 대회 출전을 위해 사고가 난 세월호에 탑승하지 않았다. 월간 탁구 제공
가장 기뻐해야 할 순간, 아이들은 웃음 대신 눈물을 흘렸다.

17일 제60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안산 단원고 여자탁구팀 선수들은 결승전이 끝난 뒤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선수들은 16일 오전 코치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같은 학교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도중 여객선 침몰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7명의 선수 중 같은 2학년의 선수는 3명. 이들은 당초 친구들과 함께 수학여행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수학여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선수들은 울먹였다. 단원고 여자탁구팀 오윤정 코치는 대회 포기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준결승까지 진출한 이들은 포기 대신 다시 이를 악물었다. 오 코치는 “친구들에게 우승컵을 안겨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선수들도 “하루만 더 참고 울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16일 준결승에서 안양여고에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선수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휴대전화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17일 열린 결승전에서 단원고는 울산 대송고를 3-1로 꺾고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그러나 단원고 선수들은 우승 세리머니 대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선수들 전부가 함께 모여 손을 잡고 울었다.

현장을 지켜보던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울자 체육관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학생과 선생님도 울면서 울음소리가 체육관에 가득했다”고 말했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 대송고 교장도 단원고 선수들을 배려해 대송고 선수단에게 “최대한 파이팅 구호를 외치지 말고 숙연하게 경기를 펼치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컵을 들어 올린 단원고 선수들은 곧장 학교가 있는 안산으로 향했다. “친구들아. 우리가 우승컵을 가져왔어. 꼭 살아 돌아와서 웃자”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진도#여객선 침몰#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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