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남윤철 교사 “얘들아 침착해” 구명조끼 찾아 계속 던져줘
학생 있는 객실 다시갔다 참변
“난간 끝에 매달려 한 손으로 구명조끼를 던져주시던 그 모습이 마지막이라니….”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 입원 중인 단원고 재학생 한상혁 군(17)은 남윤철 교사(35·사진)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는 배 끝 쪽으로 홀로 걸어가 학생들에게 조끼를 던져주며 “침착하라”고 다독인 게 남 교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하 객실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한 군은 갑자기 배가 심하게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 두었던 짐들은 경사면을 따라 한쪽으로 쓸려 내려왔다. 당황한 학생들은 객실에서 나와 복도에서 서성였다.
남 씨는 구명조끼부터 찾았다. 조끼는 배 끝 쪽에 몰려 있었다. 배는 머리만 수면 위로 드러낸 채 꼬리 부분이 점점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 씨는 흔들리는 배 안에서 한 손으론 난간을 쥔 채 중심을 잡으며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졌다. 한 군은 “복도에서 탈출한 학생 중엔 내가 거의 마지막이었는데, 선생님이 학생 전부 구명조끼를 입고 올라갈 때까지 계속 난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한 군은 사고 후 충격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눈을 감으면 어둡고 흔들리던 배 안의 상황이 떠올라 잠을 자지 못한다. 밥도 거의 먹지 않았다. 17일 기자와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한 군은 당시의 아수라장이 떠오르는 듯 멍하니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몇 초 뒤에 다시 입을 열곤 했다.
남 씨는 사고가 난 직후 갑판까지 올라갔지만 아래층의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객실 쪽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남 씨의 인도를 받아 구명보트에 탄 김모 군(17)은 “처음 배가 흔들렸을 때 선생님이 우리들을 위에 데려다주고, 남은 학생들을 위해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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