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치던 친구 모습 자꾸 생각나” 구조된 학생들도 트라우마 시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범부처 공동 심리지원단 구성 방침

16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손정아 양(17)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침몰 당시 넘어진 자판기에 머리카락이 끼어 탈출하지 못한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 손 양은 “몸부림치는 친구의 모습이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번 침몰 사고는 170여 명 생존자에게도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심각한 고통을 안기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본 경기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 대부분은 향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상훈 고려대 안산병원장은 17일 “단원고 학생 66명(남자 29명, 여자 37명)과 교사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가벼운 외상과 달리 학생들의 마음의 상처는 훨씬 크다. 차 원장은 “환자 대다수가 불안과 수면장애, 또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이 늦거나 인지 능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멍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단원고 학생들에게는 사고현장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아예 부정하는 이른바 ‘감정적 마비’ 증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또 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정서적으로 매우 민감한 고등학생이라는 점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성년자는 공포를 어른에 비해 더 크게 느껴 PTSD를 훨씬 치유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이 모두 물에 잠겼기 때문에 남은 학생들의 고통과 죄책감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안산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개최된 관계기관 회의에서 경기도와 함께 심리지원팀을 구성하고 피해자에게 PTSD 예방을 위한 상담을 제공키로 했다. 또 교육부 여성부 소방방재청 등과 ‘범부처 공동 심리지원단’도 구성해 전국적 대응체계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   

안산=남경현 / 진도=이형주 기자
#진도#여객선 침몰#세월호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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