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목소리가 사형선고를 내리는 판사의 음성처럼 차갑게 들렸다. 2011년 첫 태아의 상태를 알았을 때는 이미 임신 20주. 나쁜 마음을 먹어도 중절수술을 할 수 없는 시기였다. 관절이 구부러지고 근육이 수축돼 온 몸이 굽는 희귀병인 ‘쉘던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신윤아 씨(28)의 눈물겨운 출산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신 씨는 “나처럼 몸은 아파도 마음만은 건강하게 살 수 있어”라는 희망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아이는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신 씨는 2012년 시험관시술을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쌍둥이 임신에 성공했지만 12주경 두 태아 모두 유전이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시 두 아이를 떠나보냈다. 한동안 절망에 빠졌다. 아이에게도 미안했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났다.
신 씨를 다시 일으킨 건 ‘엄지공주’ 윤선아 씨의 눈물겨운 출산기를 접하면서. 유전병으로 키가 120cm인 윤 씨는 자식도 같은 병을 앓게 될까 걱정했지만 착상유전자진단검사를 이용해 건강한 태아를 얻었던 것이다. 이 검사는 체외수정된 수정란이 건강한지를 엄마 자궁에 착상시키기 이전에 알아낼 수 있는 기술. 신 씨는 이 방법으로 건강한 태아를 어렵게 임신해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걱정이 만만치 않다. 세 번째 임신 이후 병원비가 총 700만 원 이상 들었다. 정부의 난임여성 지원금(180만 원), 병원복지재단의 지원금(200만 원)을 빼도 320만 원 이상 자비가 들었다. 월 가구수입이 160만 원인 신 씨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신 씨는 “가정형편이 안 좋아졌지만 건강한 아이를 낳아 기쁘다. 하지만 출산 이후에는 또 어떻게 아이를 키울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신 씨 같은 장애인들의 임신 출산 육아가 좀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장애인의 임신 출산 육아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장애인의 날(20일)에 맞춰 ‘생애맞춤형 장애인 지원제도’의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신 씨 같은 장애인 난임여성에 대한 지원 확대다. 기존까지는 장애 1∼3등급 여성이 출산할 경우 1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신생아 수에 따라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쌍둥이를 낳으면 200만 원, 세 쌍둥이면 300만 원을 지급한다. 이뿐만 아니라 임신한 지 4개월이 넘은 시기에 유산해도 지원금 100만 원을 줘 출산을 독려한다.
육아 지원도 확대된다. 장애여성(1∼2급)이나 장애인의 배우자가 출산했을 경우 6개월 동안 방문육아지원 서비스가 약 80시간(바우처 68만4000원) 제공된다. 장애아동(1~3급)을 키우고 있는 평균소득(4인가족 483만6000원) 이하 가정에는 자녀가 18세가 될때까지 매년 480시간의 육아지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장애인의 자녀 학비지원금(초중고교)도 21만4400원(기존 20만4700원)으로 오른다.
발달장애인 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부모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기존 2000명에서 2500명까지 확대했다. 부모 등 보호자가 없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법적 후견인도 현재보다 2배 늘려 올해 838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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