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가라앉았는데 홍수-해일 대비? 서울교육청 ‘졸속 안전교육’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진도 여객선 침몰]
수업자료 자연재해 대피요령 일색… 교사들 “급하다고 대충 가르치나”
서울 6개교, 제주 수학여행 취소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다음 주인 2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일선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교육 자료가 수학여행, 체험학습 등 학교와 학생 상황에 맞는 것이 아니라 각 재난 관련 기관에서 만든 일반적인 안전교육이어서 “너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18일 관할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관련 교과 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재난) 관련 기관의 동영상과 책자를 이용해 (안전)교육을 하라”고 지시했다. 수업 자료는 △2014학년도 수학여행 수련활동 운영 안내 △시교육청의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 △중앙민방위방재교육원의 재난안전교육포털 △소방방재청의 재난 대비 국민행동요령 △국가재난정보센터의 사고별 대응 요령 등 5가지다.

문제는 이 자료들이 대부분 홍수, 해일 등 일반적인 자연재해 중심이라는 점. 요즘 같은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 철에 학생 단체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관련한 안전교육 내용은 거의 없거나 부실하다.

예를 들어 ‘국가재난정보센터 사고별 대응 요령’은 홍수, 해일 등 일반적인 국민 행동 요령 위주다. ‘재난안전교육포털’에도 물놀이 상황별 대처 요령, 레저 활동 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착용 요령, 풍수해 대비 요령 동영상 등 일반적인 재해 대처법들만 있다. 시교육청에서 만든 ‘안전사고 예방 길라잡이’도 수상 활동과 관련해 사용 장비의 점검 상황과 내구연한 등 기본적인 안전상태 점검 내용서를 확인하라는 수준이었다.

이달 말 수학여행을 떠나는 서울 A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요즘은 배를 타고 가는 수학여행이 많아졌는데 학교 단체활동 시 선박 사고와 관련해 제대로 된 매뉴얼은 하나도 없다”며 “안전교육은 필요하지만 사고가 터지니까 아무거나 막 끌어다 교육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B중학교의 한 교사도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하는 것이지 아무것이나 빨리 시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21일 항공편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었던 서울시내 초교 5곳, 고교 1곳이 일정을 취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현재 계획 중인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상황을 재점검하고 안전에 우려가 있으면 즉각 취소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린 바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진도여객선침몰#서울교육청#대피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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